황정구 자유기고가

우리나라는 지금, 나라를 지탱하는 세 기둥인 안보와 교육, 그리고 경제에 이르기까지 백척간두에 다다른 느낌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툭하면 찬반 논쟁으로 나라가 둘로 갈라지고 있는 데도 심심하면 국민통합을 외쳐대고 있으니 한심한 생각이 든다.

모든 지도자들과 위정자들은 겸손(謙遜)한 모습과 행동을 확실하게 국민들에게 보여 주어야 할 때다. 국민과 국익을 위하여 모든 일을 겸손하고 정직(正直)하게 처리해 가야 국민들로부터 두터운 신뢰와 세계로부터 아낌없는 박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뢰가 없는 정부와 나라는 도태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겸손과 정직할 때 상대방을 인정하게 되며,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또한 겸손과 정직함은 결국 자신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어려운 국사일수록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모든 지혜를 한곳으로 모아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지금 겨우 대규모 사면을 추진할 때인가. 매일 스스로 죽어가는 생명이 4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저 유명한 퇴계 이 황 선생은 임금의 간곡한 이조 판서직 수락요청을 받고도 그렇게 높은 직을 "소신은 늙고 병이 들어 감당할 수 없다"라며 거듭거듭 사양하고, 학자로서 후학을 길러내는데 전심전력을 다하였는데, 지도자와 위정자들은 반면교사로 꼭 삼아야 한다.

내가 아니면 개혁을 할 수 없다라는 생각을 버려야 하며, 번지르르한 말과 구호로 일관하는 지도자와 위정자는 자신과 나라를 위하여 하루 빨리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갖는 특성들을 고루 지닌 천재의 표본 같은 인물이며 26, 28세 때 이미 특수 상대성이론과 일반 상대성이론이라는 불멸의 업적을 이루어 낸 아인슈타인은 지난 52년 이스라엘 총리직을 제의받았을 때 "내 머리는 물리공식 외에 인간사를 푸는 데에는 젬병"이라면서 끝내 사양했다고 한다.

또한 부시 미국 대통령과 우리보다도 더 박빙의 승부를 가렸던 고어 전 부통령은 다음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여 세계적인 화젯거리가 됐었는데 그 얼마나 겸손하고 멋이 있는 말인가. 우리의 현실은 과연 어떠한가. 정말로 창피스러울 정도다.

허구한날 만나면 밥그릇 싸움 아니면 벼슬 싸움이 판을 치고 있으니 우리가 언제 어떻게 선진화의 길로 나아갈 수가 있단 말인가. 먹을거리가 없어 자살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일자리가 없어 차가운 방 한구석에서 천장을 힘없이 응시하는 백수가 부지기수인데, 날만 새면 백성들은 내팽개쳐 놓고 사심과 욕심, 당리당략에 따라 끝없는 이전투구로 내 달리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노릇이 아닐 수가 없다.

최근 교수신문에서 05학번 대학생 6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한반도의 평화 위협국가로? 미국이 무려 55%, 일본은 23%, 북한은 불과 14%라고 하는데 어떻게 이해를 해야 좋단 말인가. 가슴이 답답하다. 정치인들에게 겸손함이 없는 한 미래가 있을 수 없으며, 선진국 운운은 지나가던 개도 웃을 짓거리다. 지도자 스스로 먼저 확실하게 변한 다음 개혁의 칼을 대야 한다. 오직 겸손만이 국민을 통합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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