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유성열

"별다른 이의가 없으면 공사설립안을 가결시키겠습니다."

충북개발공사 설립을 위한 심의위원회에서 위원들이 잇따라 이의를 제기하며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했는데도, 어이없이 의사봉은 어느새 가결로 결론났다.

지난달 31일 충북도청 영상회의실에서 개최된 '충북개발공사 설립 타당성 심의위원회'의 한 단면이다.

공사 설립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허공에만 맴돌았고, 타 시·도가 만들었으니 충북도도 만들어야 한다는 행정적인 이론만 나열했다는 외침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말 그대로 심의위원들은 한낱 '거수기'나 다름없는 진풍경이 충북도청에서 벌어진 것이다.

충북도가 자본금 542억원을 전액 출자하는 간접 경영방식의 지방공사로 설립되는 만큼, 주민의 세금으로 건립되는 개발공사 설립은 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오송생명과학단지와 오송신도시 개발을 연계한 역세권 개발 등 지역개발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목적으로 설립한다는 취지에 걸맞은 개발공사를 출범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해 갈고 다듬어야 한다.

그런데도 "회의가 길어지고 있다"며 제한된 시간 내에 서둘러 심의위원회의를 끝낸다면, 그 누가 부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더구나 용역을 맡은 한국자치경영평가원 또한 "용역기간이 짧았다"고 실토한 마당에 추가용역을 실시하면 된다는 식으로 부랴부랴 심의를 끝낸 것이 '수박 겉핥기'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 흔한 공청회나 세미나 한번 열지 않고, 달랑 심의위원회 한번 여는 것마저 '부실 심의'로 일관한다면 충북개발공사에 거는 기대는 애초부터 무리라고 생각한다면 과연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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