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할인점의 확산으로 재래시장이 겪는 곤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고유한 기능과 이점을 도외시한 채 무조건 대규모, 화려함만을 추구하는 사회풍조가 자잘한 생필품, 식품 구입 행태에까지 파급된 것이다. 재래시장의 자구 노력은 대체로 시설 현대화, 주차 공간 확충, 그리고 고객서비스 향상을 위한 여러 방안 등으로 집약되는데 재건축 예정인 유성시장의 경우도 그러하다. 90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성시장은 5일장이 서면서 지역 문화명소로 각광받아 오던 터여서 현대화에 따르는 여러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유성시장을 지상 2층으로 증축하고 각종 편의시설을 보완하려는 어중간한 규모만으로는 날로 호화스러워지고 취급품목이 늘어나는 대형 할인점에 필적하기에 역부족이다. 무엇보다도 재래시장다운 맛과 멋, 인정이 묻어나는 삶의 애환을 변별력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특성화 전략이야말로 일체의 대화나 교감이 생략된 채 단순한 물품 구매에 그치는 소비패턴에 청량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성 5일장은 인근 온천, 명산과 더불어 독특한 위상을 확보한 만큼 어정쩡한 현대화로는 오히려 옛 명성을 잃을 우려가 농후하다. 접근성과 주차, 편의시설은 가급적 높여야 하지만 5일 풍물장의 정취와 향수, 그리고 도시생활의 각박함을 메워 줄 여유와 인정이 이어지도록 배려해야 한다. 몇 가지 시설 보완과 건물 증축만으로 고객들의 발걸음을 잡기에는 무리수가 따른다. 철저하게 대규모, 현대화하거나 완벽한 고풍스러움을 지향해야 함에도 이도저도 아닌 무늬 바꾸기만으로는 소비자의 요구와 취향을 담보하기 어렵다.

유성 5일장의 경우 전통 장터 분위기와 향수를 자아내는 '감성화'로 인접 위락휴양시설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도록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 온천수만으로 온천관광지 경쟁력 확보가 어렵듯이, 천편일률적인 마케팅 활동으로는 유통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유성시장의 입지 조건과 명성, 활용 가능한 여건을 집약하여 지역 밀착 생존전략의 새 모델을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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