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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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선물
  • 충청투데이
  • 승인 2018년 10월 16일 16시 30분
  • 지면게재일 2018년 10월 17일 수요일
  •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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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대원 전무이사(수필가)

무뎌진 심상에 변화를 주고자 핸드폰에서 자주 보던 동영상을 찾는다. 영상이 보이자마자 주저 없이 손가락으로 재생을 누른다. 같은 음식도 여러 번 먹으면 물리건만, 이 동영상은 수십 번 돌려봐도 물리지 않는다. 누가 봐도 호기심 어린 표정에 반할 수밖에 없는 자태이다. 반짝이는 새까만 두 눈동자는 한곳을 향한다. 마치 어느 한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결연한 표정이다. 자신의 몸을 지탱하느라 한 손은 발 위에 두고, 다른 한 손은 다리 옆에 두고 손가락을 꼬무락거린다. 아마도 흐르는 음률에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하는 것 같다. 세상에 어느 곳에서 이런 사랑스러운 표정과 모습을 볼 수 있으랴. 억만금을 주어도 보지 못할 광경이다.

영상의 주인공은 손녀이다. 육 개월 남짓한 손녀가 문화센터에서 공부하는 모습이다. 인간은 성장하며 교육과 학습을 통해 지식과 지혜를 얻는다.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인가'를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손녀는 무능의 상태이다. 허리를 제대로 펴지도 앉지도 못하는 어린 육신이다. 내가 보기엔 선생의 말과 행동에 무의식적으로 빨려 들어간 건 아닌가 싶다. 손녀는 지금 무능력이 초능력인 양 보고 듣는 것을 흡수하는 수준이다. 조막만 한 녀석이 노래와 율동에 눈동자 하나 깜박거리지 않고 몰두하는 모습에 감탄할 따름이다.

집중하는 손녀의 모습은 서너 살 아이처럼 의젓하다. 혹자는 할미가 손녀 자랑에 하늘 높은 줄 모른다고 할지도 모른다. 할미에게 손녀의 모습은 어떤 모습이든 사랑스러우리라. 천진난만한 모습을 볼 때마다 '어린 생명을 어디에서 데려왔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이 내 입에서 절로 나온다. 살아 있는 생명체를 선물 받은 날부터 생활의 패턴이 바뀌고 집안 분위기도 확 달라진 것이다. 고 조막만 한 생명체가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든다. '사랑은 이런 모습이다'라고 새롭게 인지하고 익히게 한다. 손녀는 매일 떠오르는 태양처럼 주위는 빛나고, 새로운 기운으로 생활의 활력을 준다.

손녀는 소통의 달인이다. 말도 못하는 아이가 어찌하는 건 없다. 우리 곁에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 기쁨이고 행복이다. 딸은 손녀의 일상이 담긴 동영상을 거의 매일 가족 '대화방'에 올려준다. 사진이 오르면, 신기하게도 서울에서 직장 다니는 아들도, 회식 중인 남편도 모든 걸 중지하고, 일사불란하게 '대화방'에 집중한다. 궁금하던 아들 소식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순간이다. 사진 한 장으로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이다. 그 물길 위로 행복의 미소가 출렁거린다.

아무래도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이 틀림없다. 그리하여 삼신께서 귀한 선물을 보낸 것이다. 지금 그 선물을 품에 보듬고 친견 중이다. 하얗고 여릿여릿한 손가락으로 내 얼굴을 더듬으며 웃는다. 그 행위에 좋아라고 나도 따라 웃는다. 헤프게 웃는 것도 모자라 선물을 나 혼자 받은 양 동네방네 '손녀의 재롱'을 공유한다. 직장에 매여 딸에게 못다 한 사랑을 베풀 양 손녀에게 곡진한 정성을 기울인다.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아무나 받겠는가. 뭇사람이 '손녀 바보'라고 놀려도 좋다. 사랑을 받은 사람이 사랑을 베풀 줄 아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