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 권한이 지방정부에 이양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사무 중 거의 75%가 중앙정부 사무이고 나머지 25% 정도가 지방정부 사무이다.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미약한 수준이다. 정부가 지방으로 권한을 이양하기로 한 사무는 모두 1090건이다. 그중에서 약 40% 정도가 현재 지방으로 이양된 셈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권한 이양은 진정한 지방자치의 실현이란 측면에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 이양 확대보다는 그에 따라 당연히 이전되어야 할 행·재정적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란 점이다. 일례로 정부는 복지 등 국가사업을 지방으로 이양하면서 그에 따른 재정적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방정부는 올부터 신설한 분권교부세에서 지출할 수밖에 없다. 복지 향상 운운하며 생색은 모두 중앙정부가 내놓고 재원 없는 사업을 지방으로 떠넘긴 통에 그 책임은 고스란히 지방정부가 떠맡고 있는 꼴이 되고만 셈이다. 옥외광고물관리 사무와 측량업 관련 사무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재정적 뒷받침 없이 책임만 이양되다 보니 지방정부로서는 자체적으로 인력과 예산을 확보해 이양된 사무를 수행하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과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지자체로서는 중앙정부로부터의 권한 이양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 이는 지방정부가 권한 이양 대상 사무 발굴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도록 만든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사무 이양에서 권한과 재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이들 관계는 마치 동전의 양면에 비유되기도 한다. 참여정부는 지방분권을 주요 국정지표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참여정부는 지방으로의 권한 이양을 생색용, 외형적·전시적 대상으로 삼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권한 이양이 단순한 단위사무 위주의 이양이 아닌 기능 위주의 포괄적 사무 이양이 돼야 하고, 그에 따른 행·재정적 지원도 동시에 병행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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