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조직 가담 학생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반성은커녕 죄의식조차 전혀 느끼지 못한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실제로 폭력 가담학생 중 상당수가 자신의 일탈행동에 대해 아무런 죄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어쩌다 청소년들의 의식상태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한숨부터 나온다.

충남지방경찰청은 최근 20여일 동안 학교폭력·금품 갈취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여 대전·충남지역에서 416명을 적발하고 31개 학교에서 활동하던 폭력조직을 해체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들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비행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은 뒤 대부분 훈방조치했지만 뒷맛은 영 개운치가 않다. 적발된 뒤에도 자신이 무얼 잘못했는지, 왜 조사를 받아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할 정도라니 그럴 만도 하다.

조사담당 경찰에 의하면 대부분 가해학생들은 피해학생들이 겪을 고통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는 말을 늘어놨다고 한다. 다른 사람을 때린 뒤 죄의식을 느꼈다는 학생이 39%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고 보면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폭력행사, 금품갈취가 얼마나 큰 해악인지 진정 모른단 말인가.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말할 수는 없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은 이처럼 가해자 대부분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일을 저지른다는 데 있다. 죄의식이 없으니 언제 또다시 비행을 저지를지 모른다. 일진회 등 학교폭력조직을 해체했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학교폭력을 뿌리뽑으려면 가해 학생들이 폭력문제의 심각성을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한다. 자신의 행위가 상대방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한다면 비행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가해학생들이 처한 주변 환경을 이해하는 노력도 절실하다. 교사와 학교의 역할이 중요한 건 이 때문이다. 학교폭력은 단속이 능사가 아닌 만큼 무엇보다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일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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