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선도하는 연구중심 대학 육성'을 골자로 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비전'이 우여곡절 끝에 어제 확정 발표됐다. 지난해 7월 러플린 총장이 취임식에서 '사립화'를 골자로 한 대학 개혁안을 밝힌 이후 첨예한 갈등을 빚으며 한때 총장 사퇴설 등의 진통을 겪은 바 있다. 미국 MIT대를 모델로 한 'KAIST 비전'에 대해 구성원 간 합의를 일궈낸 것은 국제 경쟁력 구축을 위한 변화와 혁신 필요성에 모두가 공감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비전'은 학부 커리큘럼에 예술, 문화, 경영·경제, 의학, 법학 분야를 포함시키고 언어교육을 강화하는 등 교과과정의 심도와 폭을 확대하는 것을 비롯해 외국인 교수 비율의 15% 확대,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진 확보 대책을 담고 있다. 아울러 국제 수준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탐험연구를 위한 종자기금(Seed Fund) 확대, 공동연구시설 및 장비지원 확대 등도 실천과제로 내놓았다. 당초 '러플린 구상'에서 다소 조정되기는 했으나 일단 발전 청사진이 마련된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 KAIST가 정부 지원의 온실에서 점차 벗어나 이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여나가 '세계 중심대학'으로 우뚝 서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비전'을 실현하는 데만 필요한 연간 2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의학이나 법학 과정을 신설하면서도 '이공계 연구중심 대학원대학'이라는 정체성과도 부합되도록 실행계획을 마련한다는 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간 '비전' 마련을 놓고 불거진 내부 구성원 간 감정대립 또한 빨리 봉합할 필요가 있다.

지금 세계 각국은 지식경제 시대 경쟁력의 원천인 지식창출과 기술혁신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대학은 연구개발 중심축으로서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다. 국내 최고의 과학인재 산실인 KAIST가 아시아에서도 하위권에 머물고서야 우리 과학기술 역량 또한 기대할 수 없다. 이번 '비전'을 토대로 다양한 노력이 전개돼 KAIST가 세계적인 연구 중심대학으로 우뚝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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