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자영업자 vs 저임금 근로자 간 갈등 본격화
“원청 대기업 책임성 강화 등 입법 보완정책 시급”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영세 자영업자와 저임금 근로자 등 경제약자들 간의 갈등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의 피해가 이들에게만 집중됨에 따라 산업 취약계층인 ‘을(乙)과 을의 싸움’만 격화시킴으로써 지역 경제의 생산성 저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알바노조 대전충남지부 준비위원회는 앞서 지난 19일 성명서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이 편의점주와 같은 자영업자들을 탄압하는 정책이라고 조명 받고 있지만 이들(자영업자)의 애환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는 일상”이라며 “이들의 고충에는 관심을 가지면서도 다른 을 혹은 병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 근로자 등의 처지에 대해서는 왜 이야기하지 않는지 모를 일”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이 같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최소한의 인간적 생활 보장에 있어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알바는 무례한 고객들의 모욕과 성희롱에 시달리면서도, 해고 걱정 때문에 불평조차 할 수 없으며 휴식 시간은커녕, 고객들로 북적거리는 매장을 비울 수 없다”며 “그렇게 일하고도 주휴수당이나 야간수당은커녕 최저임금조차 받아가지 못해 힘들게 생활을 유지하는 알바 노동자가 부지기수”라고 꼬집었다.

실제 전국 알바노조 편의점 모임의 2016년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대전과 세종, 충남지역에서 최저시급보다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경우는 응답자 전체의 62.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내년도 두 자리 수 인상폭이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근로자 최소화를 통해 인건비 비율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대전 중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임모(48) 씨는 “평균 25%의 이윤을 감안하면 실제 월 수익은 1000만원 안팎이지만 아르바이트생 3명의 인건비 360만원과 임대료 및 세금 등 운영비를 제외하면 결국 100만원 남짓밖에 남지 않는다”며 “지금도 아르바이트생보다 적게 돈을 버는데 최저임금이 또 오르면 운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전국편의점협회는 본사 측에 가맹수수료 인하 등을 요구함과 동시에 심야시간 판매 상품에 할증금액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최저임금 불복 움직임을 본격화하려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이 결국 산업 취약계층 간의 갈등만을 조장함은 물론 물가 폭등의 요인으로까지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지역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 이후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대기업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입법 등 보완정책이 전혀 병행되지 않았다”며 “경쟁정책, 가격정책, 사회보장정책 등을 하루빨리 보완하지 않는다면 노동 약자의 소득 증대가 소비 확대를 불러 경제 선순환을 일으킬 것이라는 최저임금 인상의 순기능과는 달리 저소득층 일자리가 줄어드는 역설 등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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