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용원자로 폐기물 80t…외부에 팔리거나 사라져
직원 연루 가능성…수사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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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원자력연구원의 2017년도 방사성폐기물 이송이 시작됐다. 사진은 방폐물을 담은 차량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구원)이 연구용원자로 시설 해체 후 보관하던 방사성폐기물 중 무단 절취되거나 폐기된 양이 80여t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력연구원은 해체폐기물 무단 처분 과정에 전·현직 직원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대전지검에 수사 의뢰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28일 원자력연구원의 해체폐기물 무단 폐기 의혹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원안위는 원자력연구원이 서울 공릉동 소재 서울연구로와 대전 우라늄변환시설 해체 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을 무단 폐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2월 19일부터 이달 27일까지 특별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금과 납, 구리, 철제폐기물이 절취·소실되거나,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 폐기된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서울연구로 해체 과정에서 나온 납 벽돌, 납 용기 등 약 44t 이상이 사라진 것이 확인됐다. 구리전선 폐기물도 6t가량 없어졌고, 철제 폐기물도 발생량과 보관기록에 30t 정도 차이가 있었다.

대전 원자력연구원 우라늄변환시설 해체 과정에서 금 부품이 사라진 것도 확인됐다. 당초 원안위는 소실된 금의 양이 2.4~5㎏ 정도일 것으로 추정했으나, 이후 확보한 설계도면을 분석해 소실 양이 추정치보다 훨씬 적은 0.26㎏ 정도였다.

원안위는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들이 2009년 해체를 맡았던 용역업체 직원이 해체 과정에서 구리전선 5t 정도를 외부에 판 사실을 알면서 보고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냈다. 위법행위를 감시·감독해야 할 방사선안전관리부서는 해체 책임자 등에 의해 2007년 납 차폐체 20t이 외부업체로 무단 반출된 사실을 알면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도 확인했다.

원안위는 원자력연구원이 허가받지 않은 곳에 핵연료물질인 사불화우라늄(UF₄) 오염 해체 폐기물을 무단으로 보관하고, 철제 폐기물 8.7t을 야적장에 임의 폐기하는 등 원자력안전법을 위반한 사례도 다수 적발했다.

이런 내용이 담긴 조사보고서가 이날 열린 제84회 회의에 보고됐다. 당초 의결 안건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대한 행정처분안’을 회의에 상정했으나, 추가 검토를 거쳐 다음 회의에서 다시 논의키로 했다.

원안위 조사 결과에 대해 원자력연구원은 원안위 조사결과를 겸허히 받아드리며 국민에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

하재주 원자력연구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에게 큰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렸다”며 머리를 숙였다. 하 원장은 “폐기물 관리부실은 연구원의 명백한 잘못이며 모든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원안위 조사에 적극 협력하고 재발 방지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에서 규명하지 못한 절취·횡령 등 의심사항은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위법이나 비위를 저지른 직원은 전·현직을 막론하고 철저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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