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6~7월 3차례 걸쳐 보도연맹원 등 7천명 학살
신원확인된 희생자 500명 발굴유해 50구뿐…“찾아야”

▲ 27일 대전 동구 산내 골령골 임시추모공원에서 68주기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열렸다. 윤지수 기자
"아버지 68번 꽃이 피었다 졌다네 … 시상(세상)도 한 바퀴를 넘게 돌았소" 68년 전 헤어진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제주도에서 언니와 함께 대전 산내 곤룡골을 찾은 이을세(74·여) 할머니는 묘비 하나 세워져 있지 않은 잔디밭을 바라보며 연신 아버지 생각에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이 할머니는 "내가 4살이 되던 해에 제주도에 있던 아버지가 끌려갔고, 수소문해서 알아보니 대전 형무소에 수감됐다는 걸 알게 됐다"며 "그동안 불이익을 받을까 봐 피해 다니고, 보고싶어도 볼 수 없고,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는 그 세월이 참…"라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대전산내학살사건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3차례에 걸쳐 대전형무소에 수감된 재소자와 예비검속된 보도연맹원 7000여명이 산내 곤룡골에서 법적 절차 없이 군경에 의해 대규모로 학살된 사건이다.

현재까지도 명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진실화해위원회를 통해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500여명이며, 이중 발굴된 유해는 50여구에 불과하다.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이들의 넋을 위로하는 합동위령제가 27일 대전 동구 산내 곤룡골 임시추모공원에서 유족과 시민사회단체, 시민 등 2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합동위령제에 참석한 희생자 유족회들은 추도식을 통해 억울하게 돌아가신 희생자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이들은 방치된 대부분의 유골이 삭아있어 더 이상 유해발굴을 늦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종현 대전산내유족회회장은 “아직도 산내 골짜기 어딘가에서 유해가 나뒹굴고 있다”며 “하루 속히 발굴해 편히 모실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산내학살지역의 유해발굴은 국가차원에서 2007년 6월 25일부터 9월 22일까지 약 70일동안 유해발굴을 실시했다. 가장 많은 유해 매장지로 추정되는 곳이 있었지만 토지소유주와 협의가 안돼 다른 2개 지점에서 35구의 유해를 발굴했다. 이후 2015년 2월 유족과 시민단체의 민간도움으로 2차 유해발굴을 실시, 18구의 유해를 추가 발굴했다.

유해발굴단장을 맡은 충북대 박선주 교수는 “2013년과 2017년에 시구를 통해서 유해가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했는데 첫 시구 당시 20구가 나와 그 인근에도 유해가 있을 거라 생각된다”며 “매년 유해발굴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비좁은 매장지에 들어가 사살된 것으로 추정되며 수갑, 단추 등의 유품과 탄알과 탄피 등도 발견됐다. 한편 이곳은 2016년 국가단위 위령시설로 선정됐으며, 대전 동구는 내달 실시설계 공모를 통해 2021년까지 임시추모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윤지수 기자 yjs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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