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로감염

지난 3일 새벽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으로 가톨릭 신자는 물론 전 세계인들이 큰 충격과 슬픔에 젖었다.

지구촌은 인류의 정신적 지주였던 교황 승천을 애도했다.

교황의 사인이 요로 감염으로 알려지면서 이 질환에 대한 일반인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교황을 천상으로 이끈 요로감염과 이에 대한 예방법을 알아보자.

▲여성 30% 이상이 요로 감염 경험

요로 감염이란 소변을 배설하는 기관인 신장, 요관, 방광, 전립선, 요도 등에 세균이 침투해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요로 감염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잘 발생하는 질환으로, 여성 2∼3명 가운데 1명은 일생에 있어 한번은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여성의 요도는 항문 근처에 있고, 그 길이가 약 4㎝로 짧으며, 요도의 입구가 음순의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성행위 도중에 세균이 방광 내로 잘 들어가는 것도 이유 중 하나.

특히 임산부의 경우에는 요로 감염이 조산을 유발해 미숙아 탄생이나 신생아 사망률을 높이기도 한다.

반면 남성에서의 요로 감염은 그 자체가 드문 질환이나, 남자에게 방광염이나 신우신염 같은 요로 감염이 발생할 경우 당뇨병이나 요석, 역류, 전립선 비대 등 비뇨기계통의 다른 질환에 합병된 요로 감염이 아닌지를 검사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요로 감염은 영아기의 유아에게 잘 발생하는데 여아의 경우 약 3∼5%, 남아는 약 1%의 유병률을 각각 보인다.

영아기의 아이들은 신장과 방광, 방광과 요도간의 거리가 성인에 비해 매우 짧고 박테리아나 병원체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기 때문에 방광에 정착한 세균이 요관을 거쳐 신장으로 퍼져서 신우신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유 없는 열, 요로 감염 의심

요로 감염의 증상은 소변을 볼 때 요도 부근이 따가운 배뇨통, 주로 소변을 비정상적으로 자주 보게 되는 빈뇨, 소변이 급하게 나올 것 같은 긴급뇨 등이 초기에 발생하며 소변에서 냄새가 나고 색이 변할 수도 있다.

심한 열과 허리의 통증이 나타날 때는 신장 등 상부 요로의 감염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소아의 경우에는 증상이 불분명하게 나타나고 말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유 없이 생기는 발열, 성장 장애, 간질, 원인을 알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 요로 감염의 원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급성요로 감염의 경우에는 제때 발견하지 못하면 계속 재발되거나 만성 신우신염으로 발전하게 된다.

특히 방광요관역류나 폐쇄성 요로병증이 있는 소아에서 자주 재발하는 신우신염은 신장에 반흔과 손상을 주고 결과적으로 빈혈, 고혈압, 성장부진을 보이는 만성 신부전으로 발전한다. 심할 경우에는 신장에 고름이 괴어 복강으로 터지기도 한다.
▲요로 감염 예방은 생활습관

요로 감염의 증상들이 나타나면 무엇보다 즉시 의사의 진찰과 소변 검사를 시행해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요로 감염은 저절로 낫는 경우가 드물며, 치료기간은 항생제의 종류와 세균 감염이 퍼진 정도를 고려해 결정되지만 합병증 없는 일반적인 요도염 또는 방광염은 3∼7일 정도의 적절한 항생제 치료로 완치될 수 있다. 만약 신우신염이 의심될 때에는 입원해 증상이 없어질 때까지 편히 쉬면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적절하고 충분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만성 신우신염으로 발전하거나, 신반흔을 일으켜 신장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특별한 원인 없이도 재발하는 여성의 경우 부부 관계시에 지나치게 요도입구를 자극해 요도나 방광에 외상을 줄 수 있는 체위를 피하고, 관계 후 15분 이내에는 소변을 보도록 해야 한다.

평소에도 소변을 무리하게 참지 말아야 하며 배변 후 휴지를 닦을 때는 반드시 앞쪽에서 뒤쪽(항문 쪽)으로 닦도록 해야 한다.

변을 뒤에서 앞으로 닦으면 대장균을 비롯한 항문 주위의 많은 균들을 요도 입구로 옮길 수 있어 요로 감염에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나일론 대신 면 재질의 팬티를 입으면 요도 출구 부위의 습기를 잘 빨아들여 건조한 상태를 잘 유지시켜 줘 요도 입구 주위의 위생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예방 조치에도 불구하고 부부 관계 후에 빈번하게 재발하는 경우에는 의사의 진찰과 판단에 따라서, 성행위 뒤 항생제를 1회 복용하는 방법을 시도해 볼 수도 있다.

아이들의 경우에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아이가 소변을 보고 싶어하면 바로 소변을 보게 해줘야 하며 꽉 끼는 바지보다는 헐렁한 바지 또는 치마를 입히는 것이 더 좋다. 팬티도 면으로 된 헐렁한 것을 입히고 변을 앞에서 뒤로 닦게 연습시키는 것이 좋다.

이 밖에 목욕시 비누를 사용해서 사타구니를 자주 씻으면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으며, 우리 몸을 보호하는 균이 씻겨 나가면서 잡균들이 잘 자라 요로 감염이 더 잘 올 수 있다.

이에 따라 목욕을 할 때는 몸에 묻은 비누를 잘 씻어내야 하고, 목욕 시간도 짧게 하고 목욕 후에는 꼭 소변을 보는 것이 요로 감염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도움주신 분:을지대병원 비뇨기과 이승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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