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마리 이상 집단폐사한 야생조류의 약 90%에서 농약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작년 1월부터 최근까지 발생한 야생조류 집단폐사 32건(633마리)을 분석한 결과, 28건(87.5%·566마리)에서 살충제 등에 쓰이는 농약 성분 14종이 검출됐다.

환경과학원이 1년간 발생한 야생조류 집단폐사(평균 20마리)의 원인을 분석해 관련 정보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과학원은 이번 집단폐사 32건의 원인을 분석하고자 조류 사체의 위(胃) 내용물과 간 등에서 추출한 농약 성분을 고도분석 장비로 정량 분석해 국내·외에서 사용된 503종의 농약과 비교했다.

집단폐사 사례에서 야생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는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농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나머지 4건(67마리)은 질병, 사고사 등 일반적인 죽음으로 추정된다.

농약이 검출된 28건을 월별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3월에 10건(270마리)으로 집단폐사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지난해 3월 창원시에서 직박구리 119마리가 죽어 가장 많은 집단폐사로 기록됐다. 당시 죽은 직박구리의 위의 내용물과 간에서는 포스파미돈 등의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이달 17일 경주시에서 집단 폐사한 떼까마귀 사체(86마리)에서도 살충제에 주로 쓰이는 펜치온이 검출됐다.

이어 지난 21일 아산시에서 발생한 야생오리 등 집단폐사 사체(22마리)에서는 농약 성분인 벤퓨라캅과 카보퓨란이 치사량의 약 45.1배나 검출됐다.

또 사체 주변에서는 고의로 살포한 것으로 보이는 볍씨에서 카보퓨란이 치사량 이상(볍씨 1㎏당 924.1㎎) 나왔다.

야생조류는 물고기나 조개 등 수중 생물을 잡아먹거나 과일·볍씨 등을 섭취한다. 식물을 먹이로 하는 경우 살충제·제초제 등 농약이 미량 검출될 수 있지만, 이 때문에 야생조류가 폐사하지는 않는다는 게 환경과학원의 설명이다.

일부러 볍씨 등에 농약을 섞어 살포해 야생조류가 폐사하는데, 이 경우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정원화 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장은 "영국곡물생산협회의 치사량 기준과 비교했을 때 고농도 농약으로 야생조류가 집단 폐사했다고 볼 수 있다"며 "겨울철에는 농사를 짓지 않아 (고의가 아니라면) 이 정도로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환경과학원은 지난해 한 해 동안 전국에서 총 1천215건(1천971마리)의 야생조류 폐사 신고를 접수했으며 이 기간 동일 지점에서 2마리 이상 집단폐사는 149건(910마리)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작년 한 해 동안 죽은 야생조류 1천971마리 가운데 27마리(1.37%)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나머지는 충돌 등 사고사, 생태계 내 자연사, 농약 등에 의한 폐사로 추정된다.

겨울 철새가 우리나라에 주로 서식하는 1∼3월 전체 폐사 건수의 절반 이상인 1천37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과학원은 올해부터 장비와 인력 등을 보강해 2마리 이상의 야생조류 집단폐사 대부분에 대해 농약 성분을 분석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