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단폐사한 야생조류의 90%에서 농약성분이 검출되는 충격적인 분석결과가 나왔다. 농약이 폐사의 직접 원인으로 밝혀진 것이다. 야생조류가 집단폐사하면 으레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게 아닌지 의심부터 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AI에 의한 야생조류 폐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누가 왜 야생조류가 다니는 길목에 농약을 살포했는지 규명해야 마땅하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발생한 야생조류 집단폐사 32건, 633마리를 분석한 결과 28건(87.5%), 566마리에서 농약성분이 검출됐다. 조류 사체의 위와 간 등에서 살충제 등에 쓰이는 맹독물이 나왔다고 한다. 농약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나머지 4건 67마리는 질병·사고사에 의한 폐사로 추정된다. 평균 20마리 이상 집단폐사 야생조류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AI바이러스는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환경과학원은 지난 한 해 동안 전국에서 1215건(1971마리)의 야생조류 폐사 신고를 접수했다고 한다. 접수된 것만 이정도로 실제 폐사한 야생조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지난 21일 충남 아산시 삽교천 방조제 수문 주변에서 수십마리의 야생오리가 집단폐사한 채로 발견됐다. 왜가리 한 마리도 죽어있었다. 폐사체에서는 농약성분인 벤퓨라캅과 카보퓨란이 치사량의 45.1배나 검출됐다. 앞서 지난해 2월에는 충남 청양군에서 가창오리가 집단폐사 했는데, 가창오리 사체를 먹은 독수리까지 죽는 2차 피해가 발생했다.

야생조류의 위에서 이렇게 많은 농약성분이 검출됐다는 건 누군가 고의로 야생조류를 잡기위해 농약을 살포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실제 죽은 야생조류 주변에는 볍씨가 널려있었다고 한다. 볍씨 등에 농약을 섞어 살포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일부 농민들이 농사에 방해되는 야생조류를 퇴치하기 위해 농약을 살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신용으로 남획되기도 한다. 천연기념물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야생조류의 희생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의적으로 야생조류를 죽이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불법 행위자를 색출해 내기란 쉽지 않다. 보다 강력한 처벌과 계도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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