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재판 구체적이야기 안해”

법원이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으로부터 수백만원의 술 접대를 받은 전직 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최근 대전지법 형사합의12부(박창제 부장판사)는 알선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판사 김모(50) 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김 전 판사는 현직에 있던 2013년 7월부터 11월까지 자신이 근무하는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던 이모(39) 씨로부터 모두 630여만원 상당의 술 접대를 받은 협의로 기소됐다.

당시 김 전 판사는 청주지법에서 근무했으며, 이 씨는 6400억원 상당의 가짜 세금계산서를 무단으로 발행한 혐의(조세범처벌법 위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신분이었다.김 전 판사는 이 씨를 연수원 동기인 변호사로부터 소개를 받았고, 평소 형님, 동생 사이로 지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 전 판사를 이 씨의 재판에 도움을 준 대가로 술 접대를 받은 것으로 보고 알선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김 전 판사가 재직 시절에는 불거지지 않았다. 이 씨가 2014년 10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5년에 벌금 640억원을 확정 받고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김 전 판사에게 접촉해 접대비를 돌려 달라 했으나 이를 거절당하자 2년 뒤인 2016년 10월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수면위로 드러났다.

재판에서 서로의 주장은 달랐다.

김 전 판사는 “이 씨가 재판을 받고 있는지 몰랐고,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고, 이 씨는 “청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고 했고, 김 전 판사가 도와주겠다고 해 술을 접대했다”고 맞섰다.

이 같이 엇갈린 진술에 재판부는 김 전 판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씨가 수차례 김 전 판사를 만나 술을 마셨지만 재판과 관련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이는 알선을 청탁하고 향응을 제공한 사람의 행동으로서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김 전 판사가 법관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이 씨와 친분관계로 의해 제공받은 것이라 생각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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