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충북 제천 화재참사로 고통을 받고 있는 유족과 소방관들이 일부 네티즌들의 악성댓글로 더 힘들어하고 있다. 갑작스런 화재로 졸지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심정을 누가 알겠는가. 화마와 사투를 벌인 소방관들도 희생자가 많이 나오자 비탄에 빠졌다. 제천시 전역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유가족과 슬픔을 함께 하겠다며 문을 닫는 점포가 줄을 이었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악플러들은 참사 관련 기사에 아무런 근거도 없는 댓글을 쏟아내고 있다. 악성 댓글 중에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내용까지 들어 있다. 희생자를 조롱하거나 유가족을 헐뜯기 일쑤다. 소방관을 원색적으로 비하하는 댓글도 있다. 유가족의 성숙한 의식과는 대조적이다. 몇몇 유가족은 "고생하는 소방관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고 호소했다.

오죽하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하소연을 하겠는가. 한 유가족은 "제천 화재 기사마다 말도 안 되는 악플이 많아 유가족이 상처를 입고 있다"고 토로했다. 희생자를 조롱하거나 모독한 악플러를 처벌해 달라는 청원도 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댓글 접기 요청을 해도 계속 생산되는 바람에 속수무책이라고 한다. 유가족에 대한 배려는 고사하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악성 댓글은 대형 사건이 터지거나 민감한 정치적 이슈가 나올 때마다 매번 되풀이되고 있다. 자신의 견해를 인터넷 공간에서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금도는 있다. 익명의 뒤에 숨어 일방적으로 헐뜯거나 모함하는 행위는 온당치 못하다. 심하게 댓글 공격을 받은 피해자는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한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악성 댓글이 파장을 일으킬 때마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 주장이 고개를 든다. 맹목적인 비난으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실명제는 의사표현의 자유를 해칠 우려가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악성 댓글로 인한 피해를 언제까지 방기할 건가. 법을 제정하기에 앞서 피해를 주지 않고 자유롭게 댓글을 달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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