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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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고 장경자 씨의 64살 동갑내기 남편 김인동 씨가 장 씨의 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제천 복합건물 화재로 인명 피해가 컸던 것은 불에 잘 타는 ‘PVC 외벽 창호’(창틀)를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에 취약한 PVC 창호가 타면서 벽면에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건물 내부로 유입,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건물 외벽을 불에 잘 타는 ‘드라이 비트’ 단열재로 마감한 데다, 창호도 PVC 재질로 써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9층짜리 제천 복합건물의 외벽 창호는 피라미드 구조의 층(4~7층)을 제외하고는 모두 PVC 마감재를 사용했다.

피라미드 구조 층에는 금속 창호(불연재 창호)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PVC는 열에 의해 분해할 때 ‘염화수소가스’(HCL)와 ‘시안화수소’(HCN) 등 유독 가스를 대량 발생시킨다. 시안화수소는 150ppm, 염화수소는 500ppm 가량만 흡입해도 5분 이내에 사망에 이를 수 있을 만큼 인체에 치명적이다.

소방방재 전문가들은 ‘PVC 외벽 창호’를 사용한 제천 복합건물 화재 때에는 이 수치에 비교해 최소 3배 이상 강한 유독 가스가 삽시간에 건물 안으로 유입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전체 29명의 사망자 가운데 직접 불에 노출되기 전 유독 가스를 마셔 숨진 피해자들이 많다고 알려진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무려 20명의 사망자가 발견된 2층 여성 사우나의 외벽 창호도 이런 ‘PVC’ 마감재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많은 전문가들은 “가연성 외벽 창호의 위험성이 이렇게 큰데도, 규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백동현 가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세월호 사고 이후 2014년 11월, 방화에 지장이 없는 외벽 마감재를 쓰는 대상 건축물을 기존 30층에서 6층으로 강화하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했지만,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이런데도, 국토교통부는 외벽 창호는 ‘외벽’이 아니라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 현재 상업 지역 건축물과 6층 이상 건축물에 가연성 창호를 사용해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제천 화재를 분석해 보면, 금속 창호(불연재 창호)를 사용한 건물 피라미드 구조 벽면은 유리 파손도, 불도 번지지 않았고, 유독 가스도 방출되지 않았다”며 “이에 반해 가연성 소재의 외벽 창호는 실내에 유독 가스를 불어 넣는 ‘불쏘시개’ 같은 역할을 해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했고, 이는 결국 많은 사상자를 낸 결정적 요인 중 하나였던 만큼, 강력한 법 규제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제천=이대현 기자 lgija2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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