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비 5332명↑… 제조업 189명
통신판매·카페·피부관리업 등 소비업종은 1131명 늘어나
이미 과밀화… 기존 상권까지 타격

대전의 한 폐업 컨설팅 업체에는 하루에도 견적을 묻는 전화가 수십 통씩 빗발치고 있다. 사용하던 커피 머신, 조리도구, 인테리어 용품 등을 팔아 몇만 원이라도 더 건지기 위한 것으로 카페와 음식점, 옷가게 등의 문의가 대부분이다. 이 업체 대표는 “카페 정리 후 새로 연 가게를 6개월 만에 폐업한 고객도 있었다”며 “현금 매입한 중고물품들이 창고에 쌓일 때마다 씁쓸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대전 서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최근 들어 적게는 백만 원 많게는 천만 원대 권리금을 받지 않고 가게를 내놓겠다는 업주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인건비 부담, 매출 감소 등으로 몇 개월 동안 적자에 허덕이다 결국 빚더미에 오른 소상공인들이 서둘러 가게 정리를 하고 있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의 얘기다.

무분별한 창업 열풍에 대전지역 창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

3일 국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 9월(최신 기준) 대전지역 사업자는 19만 2116명으로 전년 동월(18만 6784명) 대비 5332명 증가했다. 이 중 제조업 사업자는 189명 늘어난 반면 통신판매업·카페·피부관리업·인테리어업 사업자는 1131명 많아졌다.

창업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소비 업종 관련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1년 새 늘어난 전체 사업자의 75%(3980명)는 20대와 60대 이상 사업자들로 대부분 진입이 쉬운 소비 업종 창업을 선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미 과밀화된 업종으로의 무분별한 진출은 기존 창업 생태계를 교란하고 폐업에 따른 근로자 실직, 사업주의 경제적 손해 가중 등 각종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또 입지 관련 컨설팅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마진율, 근로자 임금 등 실제 운영을 대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 얘기다.

전문가들은 창업 생태계 다양성 및 지속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전·세종연구원 관계자는 “시장 경제 속에서 자유롭게 창업하는 것을 제재할 수는 없겠지만 무분별한 창업으로 창업자 폐업은 물론 기존 상권 붕괴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다양한 업종 및 실제 운영 관련 철저한 분석 등 세밀한 준비를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창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인철 기자 pf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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