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뛰는 이승현(26)의 별명은 '퍼팅 달인'이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데뷔 이래 올해까지 퍼팅 순위에서 한번도 4위 밖으로 밀린 적이 없다.

2013년에는 1위에 올랐고 올해는 2위를 달리고 있다.

5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는 이승현이 '퍼팅 달인'이라 불리는 이유를 만천하에 알린 무대였다.

이승현은 이날 6개의 버디를 잡아냈다. 모두 5m가 넘는 거리였다. 핀에 딱 붙여 잡아낸 버디는 하나도 없었다.

추격자를 따돌린 4번홀(파5), 6번홀(파4)에서는 5m 버디 퍼트를 집어넣었다. 5타차로 달아난 10번홀(파5)에서는 6m 버디 퍼트에 성공했다.

13번(파4), 14번홀(파4)에서는 10m 버디를 꽂아넣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김하늘(29)은 "저렇게 퍼트가 되는 선수를 어떻게 당해내느냐"고 감탄했다.

이승현은 "어릴 때부터 퍼트 연습을 좋아했다. 잘 되니까 좋아하게 되고 좋아하니까 연습을 많이 하게 됐다"고 '퍼팅 달인'이 된 비결을 설명했다.

"워낙 연습을 많이 하다 보니 그린에 올라서면 라인이 딱 눈에 들어온다"

그는 하루에 1시간30분에서 2시간은 꼭 퍼트 연습에 할애한다.

이승현의 퍼팅 감각은 그러나 선천적이다. 이승현의 부친 이용덕(56) 씨는 골프 고수다. 지금은 아니지만 6년 전에만 해도 종종 아버지한테 질 때가 있었다고 이승현은 털어놨다.

이승현은 "아버지께서 워낙 퍼팅을 잘하신다. 그런 감각을 물려받았다"고 말했다.

'퍼팅 잘하는 선수'라는 명성에 자부심도 대단하다.

"다시 태어나도 장타왕보다는 퍼팅 달인이 되고 싶다"는 이승현은 작년까지 장타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승현은 드라이버 비거리 108위(234.5야드)가 말해주듯 거리가 짧은 편이다.

지난해 비거리를 좀 늘렸다지만 올해는 다시 떨어졌다. 체중이 빠지고 겨울 훈련이 다소 부족했다.

이승현은 "짧은 비거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승현은 하반기부터 생각을 바꿨다.

"원래 롱아이언과 페어웨이 우드를 잘 썼다. 롱아이언과 우드로도 충분히 버디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니 짧은 비거리에 애가 탈 일이 없었다"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은 메이저대회답게 전장이 긴 코스에서 치러졌다. 이런 코스에서 이승현은 17개의 버디를 잡아냈다.

이승현은 "아무리 퍼트를 잘해도 샷이 나쁘면 소용없다. 이번 대회에서 샷이 좋았다"고 말했다. 좋은 샷이 먼저였고 퍼팅이 받쳐줬기에 우승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는 부드럽고 간결한 스윙으로도 유명하다. "너무 힘이 안 들어가지 않느냐는 지적도 받지만 내 스윙을 고쳐보겠다는 생각은 전혀 않는다"고 이승현은 잘라 말했다.

자신의 스윙과 퍼팅에 대한 자부심이 8년째 정상급 선수로 활약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뜻이다.

이승현은 올해 뒷심 부족에 시달렸다. 선두로 시작한 대회를 3위로 마감한 게 세번이다.

"전반에는 체력이 달렸다"는 이승현은 "추석 연휴 때 쉬면서 체력을 보강한 게 보약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었다"고 덧붙였다. 체력과 정신력이 우승을 불러온 셈이다.

이승현은 딱 하나 남은 시즌 마지막 대회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 나니 또 우승에 욕심이 난다. 지금 컨디션이면 한 번 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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