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인 면역 반응으로 관절·전신 염증
50대 여성 발병률 최다, 30~40대서도 늘어
유전·환경적요인 문제, 흡연시 발병 급속도
증상·진찰 소견·혈액 검사 등 종합해 진단
지속적 치료·관리 받아야만 관절 변형 막아

▲ 류마티스관절염(손) 환자
▲ 도움말=이성원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일반적으로 관절염이라고 하면 노년기에 주로 발병하는 퇴행성 관절염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퇴행성 관절염 이외에도 관절의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은 그 종류가 다양하다. 특히 관절의 통증 및 부종이 지속된다면 염증성 관절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염증성 관절염 중 가장 흔하고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이 류마티스 관절염이다.

2016년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5만 2300여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전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70% 이상이 여성으로, 5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최근에는 30~40대의 젊은 환자도 많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20.4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류마티스 관절염을 일반적인 관절 통증으로 생각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뒤늦게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비정상적인 면역 반응에 의해 관절 및 전신에 염증이 나타나면서 관절의 통증 및 부종을 일으킨다. 이러한 염증을 적절하게 치료하지 못할 경우 2년 이내에 관절이 손상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을 싸고 있는 막인 활막에 염증이 발생하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관절의 구조물을 감싸고 있는 관절주머니의 얇은 막이 활막이다. 활막은 연골에 영양분과 윤활액을 공급하는 기능을 한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외부로부터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침입을 방어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이 면역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변해서 면역세포나 염증 매개 물질이 자신의 활막을 공격하고 염증을 일으켜 발생하는 질환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원인 및 자세한 기전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해 질병으로 발현된다고 알려지고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그와 관련된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모두 류마티스 관절염이 발병하진 않고, 모든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가 이런 유전자를 갖고 있진 않다. 유전적인 소인을 가진 사람이 환경적인 요인에 노출됨으로써 류마티스 관절염이 발생한다.

환경적인 요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담배다. 치주염과 소화관에 존재하는 일부 세균들도 알려져 있는 환경적인 요인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을 싸고 있는 활막에 생기는 염증 때문에 주로 관절이 아프고 붓는 증상과 열감 및 뻣뻣함을 동반한다. 이 뻣뻣한 증세는 자고 일어난 아침 시간에 심하고 대개 30분에서 1시간 이상 지속된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주로 손과 발의 작은 관절에 생기고 손의 끝마디보다 중간 혹은 처음 마디에 많이 발생하며 양쪽이 대칭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들은 수주일에서 수개월에 걸쳐 천천히 발전하고 전신 증상으로 미열, 체중감소, 피로감 등을 동반할 수 있다. 손과 발 외에도 손목, 발목, 무릎, 팔꿈치, 어깨, 그리고 턱 관절 등 다양한 관절에 나타날 수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확진을 위한 확실한 검사 방법이 없다. 관절통을 비롯한 증상과 진찰 소견, 혈액 검사들을 종합해 진단한다.

2010년에 발표된 미국 류마티스학회 분류 기준에서 각각의 점수를 합산, 10점 만점에 6점 이상을 만족하는 경우를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본다. 류마티스 관절염 진단에 도움이 되는 혈액 검사에는 류마티스인자, 항CCP항체가 있고 현재의 염증 정도를 적혈구침강속도와 C-반응단백질을 통해 확인한다. 또 X-RAY 촬영에서 관절 및 뼈에 미란(녹는 현상)과 관절 간격이 좁아져 있는 이상 소견이 있을 수 있다.

최근에는 도플러 초음파 검사를 통해 초기 관절염 소견이나 관절의 활막염 정도를 확인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이 진단되면 항류마티스 약물의 투여를 시작한다. 하지만 항류마티스 약물은 효과가 최소 1~2개월은 지나야 나타나기 때문에 그동안에는 통증과 염증의 조절을 위해 소염진통제 및 스테로이드를 함께 사용하고 충분히 조절된 후에는 줄이거나 중단한다.

스테로이드는 치료 초기 항류마티스 약물이 충분한 효과가 없을 때, 일시적인 관절염의 악화가 있을 때, 만성적인 관절염 환자에서 저용량으로 투여하는 세 가지 용법으로 사용한다. 전체적인 관절염의 활성도는 크게 문제가 없으나 1~2개 관절의 염증이 심할 때는 관절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투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1980년대 이후 치료 방법과 약제가 많이 발전됐고 2000년대 이후 여러 생물학적제제가 개발됐다.

항류마티스 약물의 사용에도 불구하고 통증과 염증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이러한 생물학적제제를 투여한다. 생물학적제제란 비정상적인 면역을 유발시키는 특정 표적 물질과 관련된 시토카인 및 세포를 억제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약제다. 현재 국내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에 사용되는 생물학적제제는 항시토카인 억제제, T세포 억제제, B세포 억제제로 크게 분류되며 총 7가지 종류가 있다. 최근에는 신호전달체계 저분자물질(JAK) 억제제가 개발돼 생물학적제제 사용에도 불구하고 관절염의 활성도가 조절되지 않을 때 사용되고 있다.

항류마티스 약물은 드물지만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현재 시판되어 있는 대부분의 약들은 그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어 부작용이 흔치 않다. 이러한 부작용을 조기에 판별하기 위해 약물 투여 초기에는 자주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정기적으로 검사를 시행한다. 부작용의 위험이 있음에도 관절염 약을 복용해야 하는 이유는 약물의 투여나 치료로 인한 효과와 이득이 발생 가능한 위험도보다 크기 때문이다. 적절한 치료를 통해 통증과 염증을 조절한 후 담당 의사와 상의해 약물의 종류나 용량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혈관계 질환 동반할 가능성 높아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건강한 사람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이는 면역 반응에 의한 염증 또는 류마티스 관절염 약제의 영향일 수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활성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와 함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과 관련 동반 질환들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흡연은 류마티스 관절염의 발생 및 질병의 경과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를 높이기 때문에 철저한 금연이 반드시 필요하다.

△꾸준한 치료와 적절한 운동 병행 효과적...검증되지 않은 건강보조식품, 민간요법 등은 피해야

많은 환자들이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으며 잘못된 속설이나 소문을 믿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은 조기에 진단되고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를 받는 경우, 관절의 손상이나 변형을 막을 수 있다. 치료해도 소용없는 질병으로 지레 겁먹고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관절의 통증, 변형, 합병증이 생겨 영구적인 장해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므로 좋아지지 않는다거나 상당히 좋아졌다고 해서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담당 의사와 상담을 통해 치료 약물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

관련 조사에 따르면 류마티스 관절염이 진단된 후 10년이 지났을 때 그 중 절반의 환자가 직장에서 일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 치료 방법의 발전과 적절한 조기 치료에 따라 이러한 장해 발생률은 많이 감소했다. 약물만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이 치료되는 것은 아니므로 적절한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관절의 통증이나 부종이 심할 때에는 관절의 사용을 피하는 것이 증상 조절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어느 정도 호전된 후에는 관절 주변의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과 심혈관계 질환 예방을 위한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한다. 관절염에 좋은 음식이나 식이요법 등에 대해 질문을 하는 환자가 많지만, 특별히 권유할만한 음식이나 식이요법이 있진 않다.

일반적으로 건강관리를 위한 균형 잡힌 식단, 과체중이나 비만을 피할 수 있는 적절한 음식 섭취가 관절염의 활성도와 심혈관계 질환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 류마티스 관절염과 흔하게 동반되는 골다공증의 예방을 위해 칼슘이나 비타민D의 섭취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성원 교수는 “충분한 효과나 효능 또는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은 건강보조식품과 민간요법, 약품 등의 복용은 위험할 수 있어 되도록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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