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길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대전시민대학장
[투데이포럼]

부지불식중에 식민사관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우리 대전의 역사를 짧게 보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일제가 한반도를 강점하고 보다 효율적인 식민통치와 억압, 착취, 수탈을 하고자 철도를 개설하고 대전역 만든 것을 계기로 산업화와 근대화가 이뤄지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대전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면 참으로 큰 오산이요, 단견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임·병 양난 이후 우리 대전은 이미 조선시대 기호유학의 중심지였다. 성리학적 유교사회에서 특히 예학의 본고장이었다. 정치사상사의 측면으로도 4육신의 박팽년, 상촌 신 흠, 충암 김 정, 송애 김경여, 사암 박 순, 설봉 강백년, 죽창 이시직, 동춘당 송준길, 우암 송시열, 초려 이유태, 탄옹 권 시, 유회당 권이진, 늑천 송명흠, 단재 신채호 선생 등 기라성 같은 명현들을 배출한 선비의 고장이요, 산림정치의 본산이었다. 더욱이 신라에서 조선조까지 문묘에 배향된 동국18현 가운데 한 도시에서 동춘·우암처럼 둘씩 배출된 경우는 여기밖에 없다.

우리가 안동의 도산서원이나 하회마을, 병산서원 등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 참 많다. 어쩌면 저렇게도 전통문화의 유산들을 잘 보존·계승해 현재화하는데 성공하고 있을까? 빛고을 광주는 또 어떠한가? 일제 광주학생의거를 거쳐, 80년 5월 민주항쟁과 87년 6월 항쟁을 선도하면서 이 나라 민주화의 성지로, 세계인의 주목과 찬사를 받는 도시로 우뚝 솟아 있지 않은가?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전은 많은 장점과 우수한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는 명품도시다. 지리적으로는 교통과 물류·회합의 중심지이고, 수준높은 과학·교육·행정·지식·연구의 도시이며, 국가적으로는 호국·국방·충혼의 도시이며, 자연적으로는 물과 온천·산성의 도시다.

지난 8일 시청 대강당에서는 4차 산업혁명특별시 ‘대전 비전 선포식’이 있었다. 우리 사회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IoT) 등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기술 및 산업 간 융합으로 초지능·초연결·초실감이 일어나는 새로운 시대에 돌입하였음을 지방정부 최초로 선포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전을 4차 산업혁명 특별시로 키우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흩어져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우리 대전이 갖고 있는 수많은 보석들을 잘 갈고 다듬고 엮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도시 브랜드는 여기서 나올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대전을 알아야 한다. 대전을 공부하고 이해해야 한다. 일자리·놀자리·먹거리·잘거리도 여기서 나온다. 올해도 우리 진흥원에서는 시민들의 많은 호응 속에 ‘대전학’을 운영하고 있다. 총 43회에 걸쳐 1463명이 탐방에 참여하는 ‘대전! 보고 느끼기’와 총 77회에 걸쳐 1105명이 강좌에 참여하는 ‘대전! 알아보기’를 운영하고 있다. 더 많은 시민이 관심과 애정을 갖고 참여하시기 바란다. 대한민국의 4차산업혁명 특별시, 대전이 언제나 생동감과 활력이 넘치는 도시, 살맛나고 행복한 도시로 우뚝 비상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