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자체마다 앞 다투어 시내버스 무료 환승제를 도입키로 한 것은 다각적인 의미를 지닌다. 무료 환승제는 먼저 탄 버스에서 하차한 뒤 일정 시간 내에 다른 버스로 갈아탈 경우 추가 요금을 내지 않고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 제도다. 노선 관계상 한 번의 승차로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할 때 승객들은 중간에 요금을 다시 내고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경제적 부담과 번거로움을 덜 수 있으니 여간 편리한 게 아니다.

무료 환승제는 현재 서울, 광주, 울산, 김해, 청주 등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이며 대전시는 내달 전면 시행을 앞두고 시스템 점검에 들어간 상태다. 천안시도 내년부터 무료 환승제를 도입키로 하는 등 여타 지자체들도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지난 1일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청주시의 경우 도입 15일 만에 이용객 수가 1만 3000명에 달하고 교통카드 이용률이 45%를 넘어서는 등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무료 환승 이전의 카드 이용률이 15%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차이다. 물론 시행 초기인 만큼 보완해야 할 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무료 환승제가 정착되려면 무엇보다 노선의 단순화가 전제돼야 한다. 현재의 버스 노선은 이용객 위주라기보다는 업계의 경영수지에 맞추다 보니 비합리적인 부분이 많다. 이런 노선을 바로잡는다면 운행속도 또한 빨라져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나아가 교통카드 사용으로 인한 경영의 투명성도 올릴 수 있게 돼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막대한 재정이 들어감에도 무료 환승제를 도입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해 주기 위해서다. 서울시에서 드러났듯이 시행 초기의 혼선을 최소화하려면 적용 노선과 교통카드 프로그램 등 모든 시스템이 완벽히 갖춰질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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