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시선]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나라 꼬락서니가 말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나 검찰 최종수사 결과를 차치하고라도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우리 국민은 충분히 절망했다.

그리고 분노하고 있다.

그 속에서 나온 “이게 나라냐”는 가뜩이나 힘들게 살고 있었던 민초들의 외마디 비명으로 들린다. 지도자와 나라의 일꾼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가득 머금은 광장의 함성 말이다.

앞서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에는 ‘지옥 같은 한국 사회’를 뜻하는 ‘헬조선(Hell朝鮮)’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헬조선 열풍은 불평분자의 마음에나 있다”고 비판하는 측도 있다.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절 기념사에서 “우리의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며 헬조선의 유행에 거리를 뒀다. 헬조선 자체가 사회의 불평등이나 부조리에 대한 불만에서 기인한 것은 맞다.

그렇지만 이를 지나친 자학의 측면으로만 단정 짓고, 젊은이들을 계몽의 대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살기 좋은 나라니 참고 살라 강요할 일은 더욱 아니다. 그들이 왜 아우성을 지르는지 우리 사회 전반의 성찰이 필요하다. 취업난 속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늦추거나 포기하고 있다. 취업에 성공해 결혼한 이들도 맞벌이와 양육비용 부담 등으로 아이 낳기를 주저하고 있다.

과거에는 저출산의 원인으로 산업구조의 변화를 꼽았지만, 지금은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먼저 논하는 상황이다.

나 혼자도 건사하기 어려운데 언감생심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남부럽지 않게 기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매년 출산장려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신통치 않다. 2007년 49만 3000명이던 연간 출생아수는 지난해 40만 6000명(합계출산율 1.17명)까지 떨어졌다. 이는 당초 목표였던 합계출산율 1.27명·출생아수 44만 5000명보다 적고, 인구대체 수준인 2.1명과는 거리가 꽤 멀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합계출산율, 출생아수 ‘역대 최저’의 구조적 원인으로 우리나라 1983년생~1990년생의 여성인구 급감을 꼽고 있다. 과거 정부가 셋째 아이에 대해 의료보험(옛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못하게 했던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앞을 내다보는 정부정책 수립이 그래서 중요하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둘이 힘을 합치면 아이 한 둘 쯤은 키워낼 수 있어’라는 자신감을 갖게 해줘야 한다. 그러려면 청년 실업문제 해결에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양육환경과 교육환경을 개선해줘야 한다. 맞벌이 부부에게는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시설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줄 세우기 일변도의 입시위주 교육에 대한 대폭적인 수술도 시급하다. 우리 아이에게만큼은 입시지옥을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게 지금의 젊은이들이다.

심화된 양극화와 그로 인한 상대적 빈곤과 박탈감은 젊은이들의 희망과 의지를 꺾는 적폐다.

“돈도 실력이야. 네 부모를 탓해”라는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는 절대 다수가 아이를 가질, 돌볼 여유도 없다. 중앙이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현재 추진 중인 기본적인 출산율 제고 정책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힘들지만 이웃과 더불어 살 만한 나라, 나라 같은 나라’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이는 이 나라 지도자의 몫이자,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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