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인증같은 별도 절차 없이 가입, 이용자 10% 이상 10대
“가정·학교서 적극 지도하고 정부의 강력한 규제 조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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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고등학생 김모(17) 군이 온라인 도박에 빠지게 된 계기는 지난해 여름 스마트폰으로 날아온 한통의 문자 메시지 때문이다. ‘가입 시 현금처럼 이용 가능한 마일리지 제공’이란 메시지 내용을 본 김 군은 호기심에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간단한 가입을 마친 뒤 게임을 시작했다.

홀짝 맞추기나 사다리타기 등 비교적 간단한 게임이었지만, 결과를 맞힐 경우 김 군이 챙기는 배당금은 생각보다 컸다. 쏠쏠한 재미에 푹 빠진 김 군은 무료 제공 마일리지를 모두 소진하자 부모님의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통해 게임머니를 충전하기까지 했다. ‘잃어도 그만’이라 생각했던 적은 금액은 순식간에 10만원이 넘어섰고, 몇 달이 지나도록 이어진 김 군의 행동을 뒤늦게 알아차린 김 군 부모는 김 군과 함께 도박중독치료센터를 찾게 됐다.

불법 온라인 도박 이용자의 10% 이상이 10대 청소년인 것으로 나타나 빚더미를 떠안는 것은 물론 범죄의 늪에 빠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 스마트폰 확산으로 청소년들이 사행성 게임이나 불법 도박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의 하나로 대두되는 상황이다.

국내 도박 산업의 경우 카지노에 청소년 출입을 철저히 통제함은 물론 내국인의 이용조차 제한하는 등 엄격한 양상을 보이지만, 온라인 도박은 청소년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실제 스팸 메시지로 안내된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접속해보면, 성인인증과 같은 별도의 본인확인 절차 없이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 필수 내용만으로 가입이 가능했다. 이렇다보니 호기심에 접근했다 도박에 빠져드는 청소년의 비율이 위험 수준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2015년 실시한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중·고생 중 3만명 가량이 위험수위 이상의 문제군, 12만명 가량이 중독 직전인 위험 수준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불법 온라인 도박 이용자 전체 중 12.2%가 10대로 50대 이상 이용자(11.1%)보다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도박의 중독성뿐만 아니라 범죄에 노출돼 비행청소년으로 전락하는 부작용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역에선 2015년 12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개설한 후 이용자를 모집해 14명으로부터 모두 3억 1700만원을 가로챈 김모(16) 군 등 10대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불법 온라인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변의 친구들이나 지인을 이용자로 끌어들이는 ‘중간책’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관계자는 “자녀가 도박 사이트에 접속한 흔적이나 스포츠 게임을 자주 시청하는 모습을 발견한다면 온라인 도박 행위를 의심해 봐야 한다”며 “도박을 접할 수 없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적극 지도해야 함은 물론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규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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