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배터리 방전에 초기화
검사소·AS센터 미루기 바빠

청주 서원구 산남동에 거주하는 A(30) 씨는 최근 황당한 상황을 겪었다.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된 후 주행거리표시계의 숫자가 ‘0’으로 바뀐 것이다. 처음에는 새 차처럼 주행거리가 줄어들어 좋아했지만 자동차 정기검사 등을 받을 경우 계기판을 조작(?)한 것으로 오해받게 되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겁이 났다.

결국 A 씨는 주행거리계기판을 원래 상태로 돌려놓기 위해 자동차검사소 등을 찾았지만 관련 기관들은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모두 미루는 상황에 직면했다.

A 씨는 신고의무 혹은 제출할 서류가 필요한 지 등에 대해 교통안전공단에 문의했으나 "답변이 가능한 직원이 없으니 자동차검사소에 문의하라"는 답변을 받았다. A 씨는 다시 자동차검사소를 찾아 문의했으나 "계기판 변경이 아니므로 우리 소관이 아니다. AS센터에 문의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A 씨는 결국 차량제조사인 쌍용자동차 AS센터를 방문했지만 "계기판 고장이 아닌 주행거리표시계가 초기화 된 것 뿐”이라며 “처리방법에 대해서는 공단이나 자동차검사소에 문의하라"는 대답과 함께 자동차검사소와 공단의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받았다.

A 씨는 "의도적인 조작이 아닌 것을 증명하고 싶어 제출서류가 필요한 지에 대해 알고 싶어 문의했으나 단 한 곳도 명확한 답변을 해주는 곳이 없고 서로 미루기 바쁜 모습을 보니 답답했다"며 "처리방법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행거리표시계는 플래쉬메모리에 저장돼 강제로 소거전압을 넣어야만 지워지도록 설계돼 있으나 간혹 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을 경우 지워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고차의 주행거리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판매하는 등 이와 관련된 범죄가 자주 발생하면서 주행거리조작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범죄를 막기 위해 계기판 교체가 필요할 경우 확인서 등 서류를 제출해야만 교체가 가능토록 하고 있다.

임용우 기자 winesk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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