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청양, 태안, 서산 등 도내 9개 시·군에 발령됐던 지난달 31일의 대설주의보가 빗나갔던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는데도 충남도 방재시스템은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수도관, 수도계량기 동파는 물론 수십만 마리의 양식어류가 동사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는데도 충남도 방재업무 관련 부서에서는 피해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했다고 전한다.

사람의 힘으로 자연재해를 막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예견되는 재해나 이미 발생한 재해조차 대응에 문제가 있다면 어딘가 잘못이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장 보고체제에 구멍이 뚫리는 등 방재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재난을 겪을 때마다 천재냐 인재냐의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방재 관련 공무원들의 무사안일한 근무태도가 지탄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대설주의보가 발령되고 강추위가 엄습하게 되면 방재 관련 부서에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는 것이 당연한 도리다. 그런데도 관련 공무원들이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전혀 피해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면 어떠한 말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관련 공무원들이 일상적이고 예측 가능한 재난에도 대응력이 미흡한 것은 재난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일본은 현 단위로 재해대책본부가 설치돼 있고 그 운영시스템 수준도 최상급이라고 한다. 지난 94년 고베 지진으로 4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효고현의 경우 24시간 재해 대응이 가능한 '피닉스방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일이 터지고 난 뒤 허둥대거나 늑장 대응 논란만 불러일으키지 말고 선진적 방재시스템을 서둘러야 할 때다. 동시에 공직사회 전체의 나사를 조이는 일도 등한히 할 수 없다. 모든 재난에 끼어들기 쉬운 인재의 소지부터 없애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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