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힘으로 자연재해를 막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예견되는 재해나 이미 발생한 재해조차 대응에 문제가 있다면 어딘가 잘못이 있는 것이다. 이는 현장 보고체제에 구멍이 뚫리는 등 방재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재난을 겪을 때마다 천재냐 인재냐의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방재 관련 공무원들의 무사안일한 근무태도가 지탄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대설주의보가 발령되고 강추위가 엄습하게 되면 방재 관련 부서에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는 것이 당연한 도리다. 그런데도 관련 공무원들이 피해 규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전혀 피해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면 어떠한 말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관련 공무원들이 일상적이고 예측 가능한 재난에도 대응력이 미흡한 것은 재난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일본은 현 단위로 재해대책본부가 설치돼 있고 그 운영시스템 수준도 최상급이라고 한다. 지난 94년 고베 지진으로 4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효고현의 경우 24시간 재해 대응이 가능한 '피닉스방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일이 터지고 난 뒤 허둥대거나 늑장 대응 논란만 불러일으키지 말고 선진적 방재시스템을 서둘러야 할 때다. 동시에 공직사회 전체의 나사를 조이는 일도 등한히 할 수 없다. 모든 재난에 끼어들기 쉬운 인재의 소지부터 없애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