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 파충류인 붉은귀거북이 동면(冬眠)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경악스러운 일이다. 수중탐사에 나선 본보 취재팀은 수온이 빙점에 가까운 옥천군내 대청호에서 활동하고 있는 붉은귀거북을 포착했다. 하천 생태계를 파괴하는 최상위 포식자이자 유해동물로 지정돼 2001년 12월부터 수입이 금지된 붉은귀거북이 다른 변온동물과는 달리 겨울잠을 자지 않고 활동한다는 점은 그간 밝혀진 것보다 더 많은 위해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 하천과 호소는 외래동물의 잇단 생태계 공습으로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붉은귀거북을 비롯해 황소개구리, 파랑볼우럭(블루길), 큰입배스 등은 왕성한 식욕과 천적이 드물다는 특성으로 토종 수생동물의 씨를 말리고 있다. 다행히 다른 외래종은 국내 천적을 만나거나 근친교배 등으로 서식밀도와 개체수가 감소추세지만 붉은귀거북은 국내 하천과 저수지의 30%에 서식하며 영역을 넓힌다는 게 문제다.

정부가 붉은귀거북 등껍질의 골다공증 예방·치료 효과를 밝혀내 한약재로 활용토록 하고, 산란기에 집중 포획하는 등 퇴치노력에 나서기는 했다. 하지만 이런 외래동물에 대한 연구를 몇몇 대학의 생태학 연구실과 국가연구기관의 단편적 연구에 의존할 뿐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계획은 작년 10월 환경부의 '국가 기초생태 연구 기본계획'에 겨우 포함시킬 정도로 사실상 방치돼 있다니 어처구니없다. 오죽하면 붉은귀거북의 동면 여부를 여태 몰랐겠는가.

물론 국내 생태 관련 연구 분야의 2004년 예산이 정부 총 예산의 0.0339%로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의 1개 연구기관 예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다. 하지만 외래종의 유입 당시 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다 퍼지고 난 다음에 위해동물로 지정하는 등 뒤늦게 나서는 땜질식 대처는 개선돼야 마땅하다. 아울러 우리 생태계가 더 황폐화되지 않도록 붉은귀거북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조사와 퇴치대책 강구에 나서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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