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어려움에 처했던 황민규, 대규군 형제의 의사상자 선정 노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는 소식은 더없이 다행한 일이다. 한창 철없을 나이에 이웃집 동생을 구하고 목숨을 잃거나 중태에 빠진 황군 형제의 '살신성인'에서 우리 곁에 아직 의로움과 희생정신, 그리고 따뜻한 인정과 숨결이 살아 있음을 확인한다.

생각해 보면 그간 무상(無償)의 희생을 감내했던 의로운 희생자들은 적지 않았다. 영등포역에 진입하는 열차에서 어린이를 구하고 다리를 잃은 아름다운 역무원 김행균씨의 미담은 오늘도 영등포 역 플랫폼 한켠의 조그만 송덕비에서 새롭게 빛난다. 2003년 4월 천안초등학교 화재참사현장에서 6학년 어린이들이 후배들을 먼저 내보내느라 희생이 컸던 사례며 소매치기를 쫓다 희생당한 장세환씨, 그리고 일본에서 취객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이수현씨 등의 의로운 죽음은 모든 것을 쉽게 잊고 마는 오늘의 삶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등불로 타오른다. 나날이 각박해지고 거칠어 가는 사회에서 나와 관계 없는 모든 일에 냉정하게 외면하는 그간 우리의 이기심이 돌이켜진다.

오는 3월 보건복지부의 의사상자 심의위원회 결정이 남아 있다. 모두가 힘을 모아 황군 형제의 의사상자 선정과 선행을 기리는 일에 동참했으면 한다. 규정된 기준과 절차가 있겠지만 의사상자 선정만큼은 가급적 넓은 융통성과 열린 문호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너 나 없이 제 몸을 끔찍하게 아끼고 사리는 현실에서 남을 위해 희생하는 고귀한 인간성에 대한 보답과 예우는 결코 인색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의로운 죽음을 기릴 줄 아는 사회야말로 생명도 소중히 여기는 사회다.

민규군의 명복을 빌며 대규균의 빠른 쾌유를 염원한다. 방학 중인데도 각계에서 이들 형제의 선행을 격려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개구쟁이 나이 형제의 의로운 희생은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리면서 우리의 이기심을 깨고 좁은 시각을 넓히라고 무언의 충고를 보내온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