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가 흥덕구 강서동∼경부 IC 구간 4.53㎞의 도로를 8차선으로 확장하면서 '가로수 길'을 훼손하지 않고 관광명소로 새롭게 조성키로 한 것은 백번 옳은 결정이다. 시는 도로중앙 10m를 별도로 분리해 자전거 및 조깅로, 휴식시설 등을 조성함으로써 자동차와 보행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보·차도 공존도로로 만든다고 밝혔다. 플라타너스가 울창한 터널을 이뤄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됐던 그 명성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청주 가로수 길은 교통소통을 위한 수단에만 그치지 않고 시원함과 정취를 한껏 선사해 주는 정서의 고향이자 과객(過客)에겐 청주 지역의 특징을 전달해 주는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맡아 왔다. 이 구간은 봄소식을 알려 주는 경남 진해의 '벚꽃 길', 전남 담양읍에서 전북 순창 방면으로 향하다 만나는 '메타세쿼이아 길' 등과 더불어 추억과 낭만을 안겨 주는 전국 대표적인 숲길이다.

그간 전국 대부분의 옛 길은 개발지상주의에 밀려 이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넓고 편한 길과 공사의 편리성만 선호하는 도로계획 입안자들에 의해 가로수들이 무참하게 베어졌기 때문이다. 그건 결국 가로수만 없어지는 게 아니다. 그 고장의 역사와 문화, 특색과 향수(鄕愁)가 함께 잘려 나간 셈이다. 청주 가로수 길 또한 여러 차례 그런 위협에 직면했지만 이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문화도시 청주시민의 혜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이젠 청주 가로수의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확장공사 과정에서 가로수가 훼손되지 않도록 설계와 시공에 만전을 기해 주길 당부한다. 도로 중앙을 휴식처 등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꾸미는 일은 수긍할 수 있으나 인공구조물을 지나치게 조성할 경우 나무 생육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본래 경관도 잃을 수 있다. 이식(移植)되는 가로수는 생존율이 낮음을 감안,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가로수 길이 국내외 관광객들의 사랑이 모이는 명소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