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현재 충청권 최대 관심사로 제기되고 있는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문제에 대해 충북쪽 손을 번쩍 들어줬다. 그제 오후 충북도를 방문한 박근혜 대표는 대전과 충남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송역이 당론임을 또다시 시사했다. 충북지역에선 당연히 20년 숙원사업을 해결하게 된 '낭보'라고 반기고 있지만, 대전과 충남측 반발은 거세게 일고 있다. 대전참여자치연대는 "한나라당은 충청권의 지역간 이간책동을 통해 표를 구걸하는 비굴한 자세를 벗어 버릴 것을 촉구한다"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충남도 역시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할 정도로 거부감이 대단했다.

한나라당이 충청권 3개 시·도가 치열한 유치전을 벌리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서 왜 어느 한쪽 편을 들어줘야 했는지 그 속셈은 알 수 없다. 그러나 대전과 충남측의 거센 반발을 예상하지 못할 리 없는 한나라당이 그런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은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못했을 뿐 아니라 자칫 지역 갈등을 부추긴다는 염려를 씻을 수 없게 한다. 한나라당은 신행정수도 문제와 관련, '왔다 갔다'와 '눈치보기'로 일관하면서 충청권을 우롱했던 과거를 지니고 있다. 수도 이전 문제로 이반된 충청권 민심을 한나라당이 한쪽에서나마 추슬러 보겠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케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충청권 민심은 정치권 차원이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 지금은 국토연구원의 용역 결과를 지켜보면서 충청권 3개 시·도가 어떠한 결과에도 승복한다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는 때다. 이런 시점에서 정치논리가 개입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호남고속철도 분기역은 근본적으로 국가발전 차원에서 결정돼야 할 성질이지 결코 정치논리에 좌우돼야 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한나라당의 당론 결정이 자칫 신행정수도로 굳건하게 다져진 충청권 공조에 균열을 가져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나라당 파장으로 충청권이 일희일비하기보다 냉정하게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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