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신행정수도 후속대책 단일안을 마련하기 위해 어제 열린 국회 행정수도 특위 소위원회 제2차 회의가 우려했던 바대로 당리당략을 위한 각축장이 됐음은 유감스런 일이다. 이날 회의에선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당정안의 사전공개 등을 놓고 소득 없는 논쟁이 시종일관 이어졌다. 여야가 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하려 한 본뜻은 뒷전인 채 정략적 이득을 취하려는 데 한껏 열중해 있는 느낌이다.

정부부처 이전범위를 놓고 정부·여당은 16부 4처 3청을, 한나라당은 7개 부처 17개 기관 이전을 주장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착공시기와 예산투입 규모 등을 놓고 정치권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런 대안이 모두 당초 구상했던 행정수도 원안에서 한참 멀어짐으로써 연기·공주지역에 기껏해야 신도시 하나 만들자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는 꼴이다. 수도권 비대화를 막고 국토 균형발전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는 국민과 충청권과의 약속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국가정책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것이 정치권의 역할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국민합의를 도모하기는커녕 행정수도를 정략적 흥정거리로 전락시킴으로써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과거 영·호남 지역갈등을 일으켜 '재미'를 본 정치권이 또다시 행정수도를 이용하려는 것은 아닌가.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행정수도 이전에 이어 후속대책마저 반대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는 않다고 본다.

오죽했으면 손학규 경기지사와 심대평 충남지사가 나서서 수도권과 지방간 공동발전을 위한 상생(相生) 협약을 맺게 되었는지 정치권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섣불리 국토 균형발전이니 서울 동북아 거점도시 육성 등이라는 사탕발림으로 국민을 농락하지 말라. 정치권이 행정수도 후속대안을 원안에 버금가는 수준에서 결정하지 않으면 실현될 수 없는 구두선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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