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6·10항쟁 이후 최대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3차 촛불집회가 12일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특히 이번 집회는 2000년대 들어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인 집회이자 촛불집회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될 전망이다.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 시민사회단체의 연대체인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이날 오후 서울광장에서 ‘백남기·한상균과 함께 민중의 대반격을! 박근혜 정권 퇴진! 2016 민중총궐기’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주최 측 추산 100만명, 경찰 추산 26만명이 운집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주요 집결지인 세종대로, 종로, 을지로, 소공로 등 주요 도로는 물론 인근 지하철역까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서울시민은 물론 지방에서도 수많은 인원이 전세버스나 열차로 상경해 집회에 참가했다. 대학생, 청소년, 어린 자녀와 함께 나온 부모 등 면면도 다양했다.

이들은 촛불과 손팻말 등을 들고 집회에 참석했으며 종로, 을지로, 의주로 등 서울 도심 곳곳을 거쳐 청와대 진입로인 내자동로터리까지 5개 경로로 행진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박근혜는 하야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차량이 통제된 도로를 누볐고, 일부는 청와대 입구인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인근까지 이동했다가 경찰 저지선에 막혀 새벽까지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 연행되는 시위자도 발생했다.

이날 집회는 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다. 2008년 6월10일 광우병 촛불집회(주최 측 추산 70만명, 경찰 추산 8만명),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규탄 촛불시위(주최 측 추산 20만명, 경찰 추산 13만명) 참가 인원을 넘어섰다. 이 규모에 맞먹는 역대 집회로는 100만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진 1987년 6·10항쟁이 있다.

촛불집회가 2002년 미군 장갑차 사고로 숨진 효순·미선양 추모집회에서 시작한 점을 고려하면 촛불집회로는 사상 최대다. 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청와대 남쪽 주요 도로가 시위대로 가득 차 마치 촛불 물결이 청와대를 아래부터 포위하는 듯한 풍경이 연출됐다.

한편 투쟁본부는 “오는 19일에는 전국 100여개 시·군에서 촛불집회를 한 뒤 26일 다시 서울에 모여 집회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이병욱 기자 shod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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