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인근서 주민 설명회…"제대로 안 알린 게 문제"
연구원 측 "사용후핵연료 추가 반입 여부 현재론 알 수 없어"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내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손상 핵연료를 포함한 사용후핵연료 운반·보관을 둘러싸고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은 20일 오전 연구원 인근인 관평동 주민센터에서 지역민을 상대로 설명회를 했다.

원자력연구원이 이전부터 손상 핵연료를 포함한 다량의 사용후핵연료를 운반·보관해온 사실이 최근 드러나 지역 사회반발이 확산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20여명의 주민들은 '파이로(프로세싱) 기술개발 현황과 향후 계획'을 주제로 한 원자력연 송기찬 핵연료주기기술개발본부장의 프레젠테이션을 경청하고서 사용후핵연료 안전성에 대한 날 선 질의를 이어갔다.

파이로프로세싱은 고온(500∼650도)의 용융염을 이용해 전기화학적 방법으로 사용후핵연료에서 우라늄을 분리하는 기술이다.

현재 원자력연은 파이로 실험 등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후핵연료 1천699개(3.3t)를 보관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타고 난 뒤의 핵폐기물인데, 방사능 세기가 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분류된다.

이 중 309개는 손상 핵연료다. 1988년에서 2010년 사이에 7차례에 걸쳐 부산 고리원전·전남 영광 한빛원전·경북 울진 한울원전 등지에서 이곳으로 옮겨졌다.

한 주민은 "몇 년간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이송하면서 주민에게 충분히 설명할 기회가 있었을 텐데도 (우리는) 최근에서야 알았다"며 "만약의 경우 사고가 났을 때 주민들은 무방비 상태였을 것"이라고 성토했다.

다른 주민은 "원자력연 입구에서 반경 1㎞ 안에 초등학교가 있는데, 불의의 사고에 아이들이 대처하는 요령도 알지 못했던 것 아니냐"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원자력연 관계자는 "저희가 범죄 집단도 아니고 몰래 (핵폐기물을) 들여왔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며 "이송 경로는 테러 위협 문제로 공개할 수 없으나, 언제 어디서 얼마의 양이 들어왔다는 건 알릴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추가 반입 가능성'에 대해선 "연구개발 활동을 목적으로 더 들여올 수 있을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며 "만약 계획이 잡히면 주민과 충분히 상의하겠다"고 답했다.

송기찬 핵연료주기기술개발본부장은 방사성 기체 감시, 내진 설계, 비상 대책 등 강도 높은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저도 이 지역 주민이면서 가족과 함께 사는 만큼 전문가로서 여러분께서 걱정 안 하시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다음 달 4일 관평도서관 대강당에서 원자력연·대전시·유성구 등 관계자와 함께 방호·방재 대책 설명회를 할 예정이다.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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