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헌집 증후군 경보

아무리 꼭꼭 틀어 막아도 어떻게든 실내로 비집고 들어오는 겨울 찬 기운.

창틀은 기본이고 방의 천장이나 벽 사이로 스며 들어오는 웃풍은 우리를 폐쇄적(?)으로 만든다.

웬만해선 현관문과 창문 등 집안 모든 문(門)의 개방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문을 닫아 놓는 날이 늘어날수록 '적과의 동침'은 어쩔 수 없는 일.

실내 먼지, 실내·외 온도 차로 발생한 습기, 습기로 인해 생긴 곰팡이균 등 적들과 우리는 함께 동침하고 있는 것이다. 새집증후군으로 알려져 있는 '병든 집 증후군(Sick House Syndrome)'은 헌 집에서 '헌집증후군'으로도 나타난다. 헌집증후군을 막아 건강한 겨울을 보내자.

▲누수, 결로현상이 곰팡이 증식 불러

곰팡이는 실내 온도 20∼30도와 습도 60% 이상인 환경에서 가장 잘 증식한다.

일반 가정의 경우 겨울철 난방기구와 가습기 가동으로 인해 곰팡이 서식에 알맞은 환경이 종종 조성되기도 한다.

특히 건물의 단열이 취약할 경우 공기와 벽의 온도 차가 15도 이상 나타나며 고온다습한 공기가 벽에 맞닿아 결로현상이 발생하고, 주택 누수는 벽지 등을 습하게 만들어 곰팡이가 서식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한다.

곰팡이는 그 자체보다 번식할 때 공기 중에 퍼지는 포자가 위험하다.

포자는 매우 미세해서 우리 호흡기로 흡입되며 각종 기관지염, 알레르기, 천식 등의 원인이 된다.

곰팡이는 쾨쾨한 냄새에 의한 메스꺼움, 피로감 등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피부병도 유발시킨다.

또 인체에 유해한 곰팡이를 제거하기 위한 화학약품들 역시 우리에게 좋지 않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곰팡이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집안에 누수를 제대로 살피고, 결로 발생시 단열재 보강공사를 실시해 곰팡이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이와 함께 바닥에 깔린 카펫은 수시로 들춰 바람을 통하게 하고 습기가 많은 부엌이나 욕실의 환기도 신경 써야 한다.

또 가습기의 장시간 작동을 피하고 창문에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하면 즉시 작동을 멈춰야 한다.

▲배수구 냄새, 취사가스에 신경쇠약 걸린 주방

대개 배수관은 가스나 냄새가 역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U자나 P자 형태로 제작됐다.

그러나 집이 오래되면 낡은 배수관 자체에서 냄새와 가스가 발생하며 이것들의 성분은 메탄가스나 암모니아 등으로 두통, 소화 장애, 천식, 알레르기 등의 원인이 된다.

이 경우 배수관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며 교체가 어려울 경우, 배수할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배수구 뚜껑을 닫아 놓을 필요가 있다.

주방도 인체에 유해한 가스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요리할 때 사용하는 가스레인지는 연소과정에서 발생되는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은 두통, 어지럼증, 기침, 신경쇠약 등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주방의 적절한 환기는 필수.

가스레인지 후드는 연소시 발생하는 가스와 휘발성 화합물도 함께 제거해 준다. 오래된 집일수록 후드도 노후됐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후드를 청소, 교체해야 한다.

▲가구 하나만 위치 바꿔도 나타나는 '새집증후군'

새해가 되거나 오래된 집일수록 구조변경이나 인테리어 및 가구 위치 변경 등으로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곤 한다.

그러나 '가구 위치 하나 바꿨을 뿐인데'로 새집증후군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새집증후군은 입주 마감재나 건축자재에서 배출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로 인한 비염, 아토피성 피부염, 두드러기, 천식, 두통, 기관지염 등에 시달리는 현상이다.

헌집 도배, 새 가구 배치, 합성섬유로 만든 새 옷, 드라이클리닝한 옷도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벽지나 장판을 천연 소재로 사용하며 시공 첫날만은 집을 비운 상태로 난방을 강하게 한 뒤 강제로 환기를 시켜 주는 것이 좋다.

새 가구를 구입할 경우에도 가구에서 나오는 자극적인 냄새 때문에 눈이 시리고 목이 따가울 수 있다. 이는 가구에 쓰이는 접착제와 방부제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으로 새 가구를 구입했을 때는 한두 달 정도 실내 환기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드라이클리닝을 한 옷은 베란다에서 2∼3일 바람 샤워를 시키는 것이 좋고 피부나 호흡기가 남보다 민감한 사람은 옷을 살 때 되도록 집에서 세탁 가능한 옷을 고르도록 하고 매장에 오래 걸려 있던 이월상품을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병든 집에는 적절한 환기가 약

병든 집의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기. 특히 겨울철의 경우 난방 때문에 환기에 소홀하기 쉬운데 아침저녁으로 30분 이상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킬 필요가 있다. 만약 환기가 쉽지 않다면 노인이나 어린이, 또는 환자가 있는 공간에는 따로 공기청정기를 가동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식물의 잎 뒷면은 기공을 통해 공기 속 오염물질을 흡수해 분해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이파리가 큰 관엽식물을 집안에서 기르면 좋다.

밀폐된 실내에서 진공청소기, 온풍기, 에어컨 등의 사용은 천장 부근에 모여 있는 오염물질을 아래로 내려오게 하기 때문에 환기 후 사용해야 한다.


<도움주신 분 : 을지대학병원 산업의학과 오장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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