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단국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최상규 교수

암은 아직도 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는 질병이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20여만 명의 신규 암환자가 발생하며 당해 연도에 10만여 명이 암으로 사망한다. 이제는 가족이나 친구, 친지 중 한두 명 씩은 암으로 진단받고 치료 받고 있거나 암으로 사망한 상황에 처할 정도로 생각보다 흔하다.

이런 암환자를 치료하는 표준요법은 크게 수술과 항암화학요법(항암제), 방사선치료가 있다. 필자의 주 담당분야인 방사선치료에 대해 아직 의료진이나 환자 보호자들도 잘 모르거나 오해하는 부분들이 적지 않아 이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방사선치료가 암을 어떻게 사멸시키는가?

방사선치료Radiotherapy는 전리방사선을 이용해 암을 사멸시키는 치료다. 정상세포이건 암세포이건 모두 세포내에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DNA를 갖고 있다. 이는 이중나선구조로 되어있는데 이것이 주가 되어 세포가 분열하고 증식해 조직이나 기능을 가진 장기로 발전해나간다. 즉, DNA가 분열이나 증식하지 않으면 죽는다. 방사선은 이 DNA를 파괴한다. 그래서 암이 더 성장하지 못하게 하거나 사멸시키는 기전을 갖는다.

-방사선치료가 정상조직을 손상시키는가?

손상시킨다. 그러나 인체의 모든 정상조직을 손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방사선이 들어가는 부위만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뇌종양으로 머리 부분에 방사선치료를 하는 경우, 암세포와 주변 정상세포도 똑같이 비슷한 양의 방사선을 받는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런 경우, 암세포의 DNA도, 정상세포의 DNA도 같은 방사선을 받아 손상되거나 죽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손상된 세포들 가운데 일정부분은 다시 회복된다. 이것을 세포의 회복능(repair capacity)이라고 하는데 암세포와 정상세포의 회복능은 다르다. 정상세포가 훨씬 빨리, 그리고 훨씬 많이 회복된다. 이 차이를 이용해 주말을 제외한 매일 방사선치료를 시행한다. 따라서 정상조직이 손상받는 것은 맞지만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 정상으로 돌아온다.

-방사선치료 시 옷을 탈의하고 치료받는 이유는?

특히 여자환자 분들이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방사선치료 시에는 상의나 하의를 탈의하고 치료를 받게 되는데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위에서 말한 치료설계 시에 맨몸에 치료부위를 잉크로 길게 표시하는데 이래야만 방사선치료기가 치료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옷을 입으면 치료위치를 알 수가 없다. 두 번째는 옷을 입고 치료를 하게 되면 방사선량이 옷의 두께만큼 피부 쪽으로 딸려 올라와서 피부의 선량이 증가되어 피부 부작용이 심해진다.

-방사선치료 부작용은 언제부터 나타나는가?

치료 첫 날부터 생긴다고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부위마다 상이하다. 두경부암(뇌를 제외한 머리와 목 부분에 발생한 암)의 경우, 구강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가장 먼저 생기는 부작용이 구내염(구강안의 염증)이다. 구내염은 방사선치료 시작 7~10일 정도부터 조금씩 발생하기 시작하며 갈수록 심해진다.

또 침샘이 포함되면 치료시작 2주 후부터 구강이 건조해지기 시작한다. 혀가 포함되는 경우에는 설염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특히 미각도 치료시작 2주 후부터 조금씩 떨어져서 나중에는 아예 미각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미각은 치료가 다 끝나고 6개월에서 1년이 지나면 거의 정상수준으로 회복된다. 피부 변화는 방사선치료를 시작한 후 3~4주 후부터 조금씩 변한다. 기타 다른 부작용은 대개 방사선치료 종료 1개월이 지나면 많이 호전되며 4~6개월이 되면 대부분 정상수준으로 회복된다. 방사선치료 부작용은 방사선을 받는 부위에서만 나타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방사선치료를 받는 동안 주의해야 하는 점은?

우선, 치료 부위가 어디건 방사선치료를 받는 동안(대개 5~8주) 목욕이나 샤워를 금한다. 이는 방사선피부염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고체이건 기체이건 액체이건 찜질방, 사우나, 불가마 등 뜨거운 것이 인체에 닿거나 가까이하는 것은 절대 금해야 한다. 방사선치료 부위에 파스를 붙이거나 밴드를 붙이거나 하는 행위도 삼가야 한다. 방사선치료 범위에 구강이나 식도가 포함되는 경우, 뜨거운 음식은 금기다. 그리고 복부가 방사선에 포함되는 경우 곶감같이 장의 운동을 떨어뜨리는 음식은 가급적 섭취를 삼가는 것이 좋다. 개똥쑥이나 그라비올라 같은 미검증된 보조식품도 섭취를 가급적 삼가야 한다.

또 생선회가 암치료 시 금기시하는 음식 중하나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생선회가 암을 악화시켜서 그런 것이 아니라 항암제치료나 방사선치료 시 면력역이 일부 저하될 수 있어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의 위험 때문에 금하는 것이다. 방사선치료. 물론 일반인이 보기엔 두려운 치료이고 생소한 치료다. 그러나 의료진은 여러분의 두려움이나 생소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설명을 하고 이해를 도울 것이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의료진의 안내에 잘 따른다면 무난하게 치료를 마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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