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93세로 별세, 생존자 총 23명
생전 인권 평화·기부에 힘써

▲ 29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빈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윤희섭 기자]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28일 별세했다. 향년 93세. 김 할머니의 별세로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23명으로 줄었다. 앞서 이날 오전에도 위안부 피해자 이모 할머니가 별세했다.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에 따르면 1926년 경남 양산에서 출생한 김 할머니는 1940년 만 14세의 나이에 일본군 위안부로 연행됐다. 이후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에 끌려다니며 '성노예'로 피해를 봤다.

김 할머니는 1992년 위안부 피해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여성 인권 운동의 길을 걸었다. 2012년부터는 유엔인권이사회, 미국, 영국, 독일, 노르웨이, 일본 등을 수차례 방문하며 '전쟁 없는 세상',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이 생기지 않는 세상을 위한 활동' 등의 해외 캠페인을 진행했다.

김 할머니는 기부 활동도 활발히 이어나갔다. 김 할머니는 2015년 6월 전쟁·무력분쟁지역 아이들 장학금으로 5000만원을 기부했다. 2017년 7월 재일 조선 고등학교 학생 2명에게 '김복동장학금'을 전달하고 2017년 8월에는 사후 남은 모든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약정도 맺었다. 지난해에도 재일조선학교 지원을 위해 5000만원을 기부하고 올해 1월에는 '바른 의인상' 상금 500만원을 재일조선학교에 후원한 바 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이날 "김복동 할머니가 오늘 오후 10시41분 별세했다"면서 "장례식은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시민장'으로 한다"고 전했다. 이어 "김 할머니는 수많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상징으로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제대로 된 배상을 요구해온 인권 평화 활동가였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을 찾아 조문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한 것은 처음으로, 방명록에 ‘나비처럼 훨훨 날아가십시오’라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조금만 더 사셨으면 3·1절 100주년도 보시고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서 평양도 다녀오실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한편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지며 발인은 내달 1일이다.

윤희섭 기자 aesup@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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