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재단 이용 불가능… 사채 현혹 쉬워
취업난에 연체자 증가… 제재 수단 없어

무직자 신분의 지역 취업준비생들이 ‘고리 대출’에 내몰리고 있다. 재학생 신분이 아닌 취준생은 한국장학재단의 저금리 대출 대상에서 제외되는데다 시중은행과의 거래 또한 쉽지않아 상대적으로 대출장벽이 낮고 쉽게 접근이 가능한 사채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궁동 등 지역 대학로에는 재학증명서와 학생증으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문구가 적혀있는 인쇄 홍보물이 도로곳곳에 널려 있다. 심지어 1대1 만남을 주선해 ‘무직자 대출’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 대부금융업체 관계자는 대학생으로 가장한 기자와의 통화를 통해 “급여수준과는 관계 없이 3달 이상 아르바이트 등 기타 수입이 있고 1달전 급여가 증명이 되면 무선상으로도 대출이 가능하다”며 “당장 수입이 없다고해도 OO대학교 학생이시면 인근 카페에서 만나 상담을 받아보시는것도 좋다”고 말했다.

일부 대부업체는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최저 100만원 소액부터 대출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고리사채업자들이 제시한 ‘간편 대출’의 요건은 이자가 상당한 제안으로 법정최고금리 27.9%를 넘어선 경우도 있어 제때 원금 상환이 불투명한 취준생들에게는 대부분 신용 불량자로 전락될 우려가 높다.

또 쉽게 접근이 가능한 스마트폰을 통해 대출을 제시하는 대부업체 등장했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대부금융업체 관계자는 “졸업했거나 졸업을 유예하고 아르바이트중인 취준생이나 창업을 준비중인 20대 중·후반에서 대부분의 대출 상담이 이뤄진다”며 “취준생마다 사정이 달라 심사 후 대출한도는 3000만원까지 가능하며 금리는 1등급 6.9%부터 신용도에 따라 차등적용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취준생은 대학생때 받았던 기존 학자금 대출로도 신용등급이 하락하기 때문에 연체 기록이 없이도 신용등급이 낮아 고금리의 대출밖에 이용할 수 없는 구조다. 충남대 ‘졸업유예생’인 정모(27)씨는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취업 후 상환 대출을 받았지만 졸업생도 아니고 재학생도 아닌 신분으로 취업준비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취준생 대출을 알아보게 됐다”며 “금방 취업이 될 줄 알았는데 더이상 부모님 도움 받기도 눈치보이고 창업을 할래도 더이상 대출을 받을 곳도 없는 상황으로 고금리 대출이라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19~31세 청년 중 약 5명 중 1명(20.1%)이 학자금 이외에도 생활비·주거비 목적으로 대출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중 15.2%는 상환금을 연체하고 2.9%는 3개월 이상 중장기 연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 대출경험자 중 연체자 비중이 2% 미만인 것을 미뤄볼때 청년 대출자들의 연체율이 유난히 높은 이유는 갈수록 심화되는 취업난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학자금을 갚기 위해 취업을 해야 하지만 그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정부지원 대출 대상자는 대학생부터 대학원생으로 졸업유예 등 취준생은 재학생 신분이 아니기때문에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현재 희망하는 재학생들도 전부 지급하지 못하는 실정으로 졸업생까지 포함시키는것은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사정에 의해 사채에 의존하는 것을 제재할 수단은 없기 때문에 주의를 촉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윤희섭 기자 aesup@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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