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걸은 충청로 10년
나재필 충청투데이 편집부국장
칼럼 ‘충청로’ 500편으로 마무리
“독자들의 공감과 피드백 큰보람”

▲ 나재필 편집부국장.
그는 그저 온기(溫氣)를 담고 싶었다. 거짓이나 꾸밈 없이 솔직하고 싶었다. 그렇게 10년, ‘충청로’라는 타이틀로 9일 500편의 글을 마무리했다.

나재필 충청투데이 편집부국장은 ‘글’을 ‘외침’이라고 했다. 세상을 향해 누군가를 혹은 자신을 거침없이 얘기했기 때문이다.

‘내 한 줄의 글이 어떤 이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이 그를 긴 세월 이끌어온 힘이자 동력이었다.

“벌써 10년이네요. 10년은 정말 긴 세월이었습니다. 주변의 따뜻한 격려와 호응이 없었다면 아마 도중하차 했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중간 중간 몸이 아프거나 집안대소사가 겹쳐 쓰기 힘들 때도 있었지만 내 글을 기다리는 독자를 생각하며 꾹꾹 눌러담아 썼습니다. 단 한명일지라도 독자가 원한다면 힘 닿는 순간까지 쓰겠다는 것이 글을 이어오는 동안 변치 않는 제 마음이었습니다.”

그가 쓴 수백 편의 글은 결국 독자들에 보내는 위로와 공감이었다.

“반대편에서 누구를 가르치고 ‘이렇게 해라 말라’고 하는 글보다는 그저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늘 주변에 겪을 법한, 그래서 독자와 내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선택했습니다. 돌이켜보니 내가 힘드니 내 얘기를 좀 들어달라고 했던 부분도 많았던 것 같아요. 글은 새벽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 꿈을 꾸고 있을 때 누군가는 꿈을 위해 뛰고 있죠. 그런데 우린 새벽을 여는 사람들의 존재조차도 잊고 살고 있어요. 무엇보다 그 시린 아침을 함께 얘기하고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가난, 배고픔, 절망, 비관 같은 것들을 내가 조금이나마 희망으로 바꾸고 싶었죠.”

충청로에는 힘들고 치열했던 그의 삶이 묻어나 있다. 남이 아닌 우리가 되고자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치부를 먼저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독자와 어떻게 하면 공감할 수 있을까가 가장 고민이었어요. 그래서 첫회 시작할때 어떤 소재이든지 일단 내 치부나 상처, 아픔부터 숨김없이 드러내겠다 다짐했어요. ‘나도 상처가 많다’, ‘나도 백수시절이 있었다’. 나 역시 수없이 도전하고 절망했다는 것을, 그래서 당신 혼자만의 아픔이 아닌 공통의 아픔이고 상처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어요. 항상 침묵하고 평온해보이는 것 같지만 어느 집안이든 상처하나 없는 곳은 없어요. 단지 숨길뿐이죠. 제 삶도 마찬가지예요. 일단 나부터 열고 내 얘기를 들려줌으로써 상대방도 나한테 얘기를 들려주고 또 털어놓고. 짧은 호흡이지만 그런 것이 이렇게까지 길게 올 수 있던 또 하나의 원동력이 아닌가 싶어요.”

남을 위로해주고자 쓴 충청로지만 어쩌면 그 속에서 따뜻함을 받은 것은 자신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어느해 어느봄날, 울먹이던 여성 독자의 피드백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세상살이가 힘들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다 제 글을 읽은 후 생명줄을 잡았다고 했죠. 그땐 정말 눈물이 핑 돌았어요. 충청로를 쓰면서 감동을 받은 것은 오히려 제 쪽이었습니다. 절망을 희망으로, 그것보다 제게 더 큰 보람이 있을까요.”

그는 잠시 펜을 내려놓는다고 했다.

“어느샌가 글에 온기가 빠졌다고 생각됐어요. 지친 글은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죠. 작위적이고 가식적으로 독자를 대할까봐 언젠가 내 글을 다시 마주할 용기가 생길 때까지 한 박자 쉬어가기로 했어요. 마침표가 아닌 쉼표입니다. 독자 여러분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