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2015년 12월 28일, 박근혜 정부와 일본 정부의 위안부 합의 후 세상을 떠난 일본군 강제 동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총 11분이다. 현재 남아계신 생존자는 36분으로, 올해에만 벌써 네 분이 세상을 떠나셨다. 이는 공식적으로 등록된 분들에 한해서만 나타나는 수치일 뿐, 현재 얼마나 많은 할머니들께서 억울함을 안은 채 쓸쓸하게 돌아가셨는지, 알 길이 전혀 없다.

현재까지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수요 집회는, 매주 같은 장소,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이어진다. 위안부 피해자 분들을 떠올릴 때마다, 그리고 이 분들의 삶을 다룬 다큐나 영화를 접할 때마다 나는 할머니들의 억울한 사연 하나하나가 마치 내 일인 것처럼 가슴에 맺힌다. 왠지 모르게 그렇다. 그리고 동시에, 극악한 당시 일본군의 행태가 견딜 수 없이 화가 난다.

이 분들이 원하는 것은 금전적 배상이 아니며 보복의 기회는 더더욱 아니다. 일본 정부의 공식적 사과의 메시지를 원할 뿐이다. 그들의 꽃다운 청춘을 빼앗아 무참히 짓밟았던 자들, 그들의 범행을 깔끔히 인정하는 것, 그들의 잃어버린 과거가 역사 저 깊은 곳에 묻혀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것. 할머니들은 이것을 원할 뿐이다.

나의 조심스러운 예측이지만 일본 정부가 사과입장을 밝히지 않고 이를 은폐하기만 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피해자로 등록되어 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중 생존자가 현재 40명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금만 시간을 끌면 되지 않을까 하는 심리가 아닐까. 그들이 겪었을 죽기보다 싫은 시간들을 기억한다면, 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생존자 할머니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일본 정부는 하루빨리 할머니들에 대한 사과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국가 간에 '합의'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국가라는 이름으로 대변된 인간 대 인간의 '예의'에 관한 문제이다. 그런 만큼, 얼마 남아계시지 않은 할머니들의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해소되고, 누구도 알아주지 못하는 한과 아픔이 조금이라도 치유되고 돌아가실 수 있도록, 우리부터 이들을 기억하고 아픔을 함께해야 하지 않을까.

이승연<전주 상산고등학교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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