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 유례없는 호재 반색
해외여행 상품 일찌감치 매진
국내 관광시설도 ‘예약 완료’
소상공인들 매출 걱정 한숨
문 열어봤자 손님없어 손해
근무 일부 근로자도 박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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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최장 10일간의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업계별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여행업계가 유례없는 황금연휴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 반면, 소상공인들은 긴 연휴 기간 매출 걱정에 한숨만 쉬고 있다.

청주지역의 한 중소기업 근로자인 한모(39) 씨는 회사가 이번 주말부터 다음 달 9일까지 10일간 휴무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가족과 여행을 떠나려고 여행사를 찾았다. 하지만 동남아 등 비교적 가까운 지역의 상품은 모두 동이 났고 심지어 유럽 등 먼 거리 항공권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여행사 얘기에 해외여행을 포기하고 근교 나들이로 계획을 변경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떠나는 해외여행 상품을 예약한 소비자는 7만 5000여 명으로, 지난해 추석 연휴보다 36% 가량 늘었다. 인터파크투어도 추석 연휴 상품 예약이 두 배 가량 늘었다고 발표했다.

여행업계는 올해 추석 연휴 출국자가 100만 명을 충분히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46만 명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충북도내 주요 관광시설도 황금연휴를 맞아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충북의 대표 관광지인 단양군의 대명리조트는 다음 달 8일 이후에나 예약이 가능한 상태로 황금연휴 기간의 객실은 모두 매진이다. 군내 주요 펜션 등도 이미 대부분 예약이 완료됐거나 예약이 취소된 한두 개 정도의 객실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청주 옥화자연휴양림의 경우 시설개선공사가 진행되는 숲속의 집을 제외한 산림휴양관과 오토캠핑장의 연휴 기간 예약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다.

이렇듯 여행업계는 황금연휴를 맞아 쾌재를 부르지만 식당과 소매업 등 소상공인들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긴 연휴 내내 쉴 수 없어 영업을 하겠지만 매출 하락에 대한 걱정에 벌써부터 근심이 태산이다.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어려움이 지속된 데다 한 달의 3분의 1이나 쉬는 통에 생계 위협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청주 성안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58·여) 씨는 “연휴가 너무 길어 다들 해외로, 관광지로 떠나서 쉰다는데, 장사가 제대로 될지 걱정”이라며 “매출은 기대도 안하지만 혹시라도 있을 손님들을 위해 식당 문을 열 계획”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긴 연휴에 어쩔 수 없이 문을 닫겠다는 자영업자도 있다. 매출 하락에 생계 걱정이 앞서지만 당장 문을 열어봤자 손님이 없어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을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황금연휴에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하는 일부 제조업 근로자들도 상대적인 박탈감을 토로하고 있다. 청주 상공회의소가 25일 발표한 ‘2017년 추석명절 경기동향’에 따르면 추석 연휴에 10일을 쉬는 기업이 31.8%로 가장 많다. 하지만 연휴 기간을 모두 쉬지 않는 기업도 18.5%를 차지했다. ‘납기준수’(78.9%) 등의 이유로 공장을 가동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휴에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모두 근무를 해야 하는 최모(43) 씨는 “남들은 길게 10일까지 쉰다고 하는데 우리 회사는 납품기일 때문에 명절에 제대로 쉬지 못한다”며 “남들처럼 여유롭게 여행은 못가도 명절에 가족들과 함께 할 시간조차 없을 거란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짜증이 밀려온다”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

이정훈 기자 vincele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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