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13년比 51% 폭증
집회시위 자유 등 침해 논란
불분명한 근거 탓…법령마련 주장
경찰 내부적으로 개선안 마련

각종 집회나 시위에서 위법자의 사법처리를 위해 경찰이 채증한 자료가 2013년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무분별한 경찰의 채증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과 함께 채증 개선안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비례)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3년 이후 채증 판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집회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채증한 건수는 모두 3만 2514건이다. 2013년 5324건에 그친 채증 건수는 지난해 8085건으로 51% 폭증했다. 2015년의 경우 한 해 동안 1만여건이 넘는 채증 건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채증 건수가 증가함에 따라 이를 판독하지 못하는 경우도 줄지 않고 있다. 2014년 498건이었던 미판독 건수는 2015년 3303건으로 증가하는 등 연 평균 1300여건이 미판독 된 상태로 남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법적 근거나 지침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경찰의 무분별한 채증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해 11월 대전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학생들의 이름과 학교 등을 경찰이 묻기도 해 불법 채증으로 인한 집회 의사 표현 침해 논란이 일었다.

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경찰 자체 규정에 불과한 예규로 현재의 채증 활동을 규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자의적이고 광범위하다”며 “집회시위 자유와 참여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별도의 채증 법령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 내부적으로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채증 개선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따라 최근 경찰은 앞으로 집회시위의 자유 보장을 위해 채증 기준을 강화키로 했다.

경찰은 △과격한 폭력행위 등의 임박 △폭력 등 불법행위 발생 △범죄수사 목적의 증거물확보 등의 경우에만 채증을 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참여자의 인권 보호와 동시에 경찰관 안전을 담보하는 채증 개선안에 대한 논의가 지속돼야 한다”며 “모두가 납득 가능한 법령이 규정되면 각종 현장에서 불필요한 충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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