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휴먼스토리]
▨ 대전 소방악대원
25년전 취미로 시작한 동호회
지금은 30여명 가까이로 늘어
한달에 2번만나 ‘환상의 하모니’
팝·가요 등 50여곡 연주 가능
매년 10개 이상 행사에 초청
복지시설  위문공연땐 큰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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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 악기 연주에 취미가 있던 4~5명의 직원들이 모여 시작된 대전소방악대는 30명 가까이로 불었다. 이들은 복지시설 위문 공연 등 매년 10여개 이상 행사에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긴급 출동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익숙한 소방서에서 낯익은 클래식 선율이 흐른다. 이곳은 화재진압 차량과 근무복을 입은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여느 소방서지만, 한 달에 두 번 남짓 어김없이 아름다운 관현악 음악이 들려온다. 대전 서구 가수원동에 위치한 남부소방서 지하에는 다른 소방관서에서 볼 수 없는 낯선 공간이 있다. 바로 대전소방악대원들이 호흡을 맞추는 연습실이다.

30일 오전 소방악대원들의 합주가 한창인 연습실은 여름 한낮 더위만큼이나 후끈한 열기로 가득했다. 대전지역 각 소방서에 근무하는 소방대원 10여명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악기연주에 여념이 없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대원부터 위급한 환자를 구조하는 구급대원까지 그 면면이 다양했다. 음악과 악기 연주가 좋아 모인 이들에겐 한 달에 두 번 호흡을 맞추는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의미를 담아내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들이 활동하는 대전소방악대는 상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0년 악기 연주에 취미가 있던 4~5명의 직원들이 모여 작은 동호회 형식으로 시작한 소방악대는 선배에서 후배로 이어지며 오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대전소방본부 내 정식 직제로 편성된 악대는 아니지만, 20년 넘게 꾸준히 운영돼 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도 남다르다. 현재 악대에 등록된 인원은 28명이며, 연습과 공연에는 17~18명 내외의 소방대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전소방악대 활동도 주목할 만하다. 20여년 넘는 시간 동안 이어진 악대답게 그 기량도 뛰어나 다양한 의식곡부터 유명 팝과 가요 등 연주 가능한 곡만 50여곡에 이른다. 또 그 명성이 알려지면서 지역 내 각종 행사에 초청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동안 소방악대원들은 순국열사 합동추념제전, 자유수호 애국지사 합동위령제, 한마음체육대회, 장애인의 날 행사 등 매년 10여개 이상 행사에 초청 받고 있다.

이를 비롯해 복지시설을 찾아 위문 공연을 펼치는 등 다양한 공연과 재능기부를 펼치며 지역 사회에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늘 즐거운 마음으로 행사를 찾는 이들이지만, 눈물 나도록 숙연해지는 때도 있다.

순직소방공무원 추모식에서 연주를 할 때면 내 가족과 같이 눈물 나고 슬픈 마음이 든다고 한다. 이들에게 소방악대 활동은 힘들고 고된 일상을 치유하는 치료제와도 같다. 특히 험난한 현장을 오가는 탓에 겪을 수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해소에도 큰 도움을 얻고 있다.

20년간 소방악대 활동을 한 박상선 악대장은 “험난한 사고 현장을 목격하는 소방관들은 어쩔 수 없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악대 활동은 업무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휴양지와도 같고, 연습과 공연을 하며 만족스런 화음이 나올 때면 그 성취감은 이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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