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희 충남도 복지보건국장
[수요광장]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봄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충남도민 중에 자살 사망자가 가장 많은 달이 4월이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국가 중에서 13년 연속 1위로, 2015년 기준 연간 자살사망자는 1만 3513명, 하루 평균 37명으로 40분에 한명씩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충남의 경우 2015년 721명의 도민이 자살로 사망했고, 자살률은 10만 명당 35.1명으로 전국 평균 26.5명의 1.3배로 높으며, 최근 3년간 월별 자살통계에 따르면 4월에 자살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사람들은 단순하게 한두 가지 이유만으로 자살하지 않는다. 신체적 질병이 있는 사람, 우울증에 걸린 사람, 경제적으로 빈곤한 사람 모두가 자살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자살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살은 개인적인 문제이면서 사회적인 문제일 수 있다. 개인적 취약성을 안고 있는 사람들은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발생할 때 자살로 내몰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충남도는 자살률을 낮추기 위하여 2011년 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를 설치했고, 시군별 연차적으로 기초정신건강증진센터를 설치해 자살예방 및 정신건강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또 2012년에는 '충청남도 생명존중문화 조성 및 도민자살 예방에 관한 조례'를 제정, 자살예방에 대한 정책을 강화했다. 그동안 추진된 사업의 성과로는 전국 광역지자체 최초로 자살사망자 심리부검(2014년 25사례)을 실시해 자살사망 원인을 분석하고 중장기 자살예방정책을 수립하는 근거를 마련했고, 대규모 노인 우울선별검사 및 정신건강실태조사를 실시해 자살 고위험 노인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치료비를 지원했다.

개인적 접근뿐만 아니라 생명사랑 행복마을, 행복경로당, 독거노인 공동생활체 등 노인에 대한 복지보건 통합서비스와 마을단위 사업을 수행한 점도 대표적인 성과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노인자살률은 2011년 137.1명에서 2015년 79.5명으로 급격하게 감소했고, 전체 자살률은 2011년 44.9명에서 2015년 35.1명으로 20%이상 감소했다. 지난 5년간 전국적으로 16.4%의 자살 사망률이 감소한 것에 비해 충남도 자살률은 21.8% 감소해 전국 평균보다 높은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충남도는 2017년 자살예방 종합계획을 수립해 자살예방 캠페인을 통한 인식 개선, 지역사회 자원의 총체적 연계 및 협력체계 구축, 생명사랑 행복마을(357개), 고위험군 멘토링 사업(5500명), 복지반장제 운영(2만 4300명), 생명사랑 지킴이 운영(1만 4000명), 농약안전보관함 설치(2554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자살은 정신건강 분야의 전문가만이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내 가족과 이웃의 자살에 처한 위험을 도울 수 있다. 단순한 안부와 진심어린 관심이 자살위기로부터 벗어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충남도가 실시한 심리부검에 따르면, 자살사망자의 마지막 모습은 대부분 고립돼 있거나 주변사람들과의 관계가 단절돼 있었다. 단 한사람이라도 주위에 연결돼 있다면 그만큼 자살의 위험성은 줄어드는 것이다.

2015년 한해 721명의 도민이 자살로 사망해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보면 2800여명의 유가족이 발생했다. 이를 지난 10년으로 확대하면 산술적으로 3만명 이상의 유가족이 발생했다. 자살은 한 사람의 비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남아있는 가족은 평생 고통스런 슬픔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자살예방은 단순히 한 기관이나 개인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더 이상 잔인한 4월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 모두 소중한 생명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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