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 제한속도
시속 30~50㎞로 천차만별
“속도 하향 일괄규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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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대전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 바로 옆 도로. 어린이보호구역임에도 제한속도가 시속 50km로 규정돼 있다보니 이를 훌쩍 넘은 속도로 달리는 차량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차량 통행속도 저감이 핵심인 어린이보호구역의 제한속도가 제각각이어서 운전자 혼란은 물론 어린이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도로 여건 등을 이유로 제한속도가 시속 30~50㎞를 넘나들고, 실제 차량 주행속도 역시 이를 상회하는 경우가 빈번해 제한속도 하향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대전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 앞 도로는 왕복 4차로를 사이에 두고 아파트와 초등학교가 마주보며 위치하고 있다. 이 곳은 보행자의 상당수가 어린이라는 점에서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이 구간은 보통 보호구역과 달리 제한속도가 시속 50㎞다.

이 도로와 맞닿아 있는 이면도로의 제한속도(시속 30㎞)보다 1.5배가량 높다보니 운전자의 혼란도 적지 않다. 어린이보호구역임을 알리는 노면표시나 제한속도 표지판은 설치돼 있지만, 과속을 방지할 단속카메라나 과속방지턱 같은 속도저감시설이 없어 무심코 제한속도를 넘어서는 경우도 다반사다.

지역의 또다른 어린이보호구역인 서구의 한 초등학교 앞 교차로도 마찬가지다. 제한속도가 시속 50㎞인 이 교차로에는 과속 단속카메라가 설치돼 있지만, 교차로를 지나 이면도로로 들어서자마자 시속 30㎞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자녀를 둔 인근 거주 학부모는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다는 입장이다. 제각각인 제한속도로 인해 이면도로에서도 과속하는 차량이 대부분이다보니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끊이지 않는 추세다. 경찰의 교통사고 분석 통계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보호구역 내 차대 어린이 사고는 2013년 382건, 2014년 452건, 2015년 454건으로 3년새 19% 증가했다.

초등학교·유치원·어린이집 주출입구 반경 300m 이내의 통학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어린이보호구역은 차량 통행속도가 제한되며, 교통안전 표지판과 적색 미끄럼방지 포장, 노면표시 등 교통안전 시설물로 보호구역을 조성해야 한다.

반면 차량 통행량이나 도로 여건 등을 고려해 경찰과 지자체가 제한속도는 물론 시설물 설치까지 조정·운영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제한속도가 시속 30㎞를 넘는 전국의 어린이보호구역은 지난해 기준 모두 732곳으로, 이 중 50㎞/h 이상이 절반에 가까운 361곳에 달한다.

경찰 관계자는 “구간별 통행량 등이 다르다보니 속도제한에 대한 일괄적인 규정을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함께 교통영향 평가나 교통심의위원회를 지속적으로 열고 각각의 어린이보호구역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런 제각각인 기준에 대한 일괄적인 규정과 함께 전반적인 속도 하향을 위한 절차 간소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국제아동인권센터 관계자는 “안전과 직결되는 통행속도를 천차만별인 차량 통행량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은 보행자 중심 교통정책과 반대되는 모습”이라며 “요청-심의-시행과 같은 복잡한 절차 역시 속도 하향을 번거롭게 하는 요인인 만큼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해선 간소화된 특별법이나 조례가 필요다”고 강조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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