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신사임당은 당대에 시·서·화에 능해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졌을 뿐더러, 아들 율곡 이이를 조선시대 대표적인 성리학자로 키워냈다. 2009년 한국은행이 5만원권 인물로 사임당을 선정한 이유로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 의식 제고와 여성의 사회참여 요구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임당의 이미지가 정치적, 사회적, 시대적 요구에 따라 변화되어 왔지만, 분명한 것은 스스로 '사임당'이라는 호를 붙일 정도로 자기주장과 목표의식이 뚜렷한 훌륭한 여성이라는 것이다.

양성평등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時代精神)이다. 여성문제에 관심을 두고 양성평등을 이루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고, 또한 많은 변화도 일어났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여성차별 해소가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전통적으로 농촌사회는 남성을 중심으로 한 가부장적 사회에 기반을 두고 있어 여성이 목소리를 높이며 앞에 나서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강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제 농업에도 여성농업인의 지위와 역할이 점점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KOSIS)에 의하면 2010년을 기점으로 여성 농업인구가 남성 농업인구를 앞서기 시작했으며,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농업 인구 비중이 남성농업 인구 대비 53.2%를 넘어섰고, 농업노동의 60%이상을 여성이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흔히들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고 한다. 고령화와 시장개방, 농업인구 감소 등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농촌에서 여성농업인의 존재야말로 또 하나의 물결이자 희망이다. 이제 여성농업인을 가정주부 또는 농업의 보조자 정도로 인식하는 한계에서 벗어나, 부엌 문턱을 넘어 농업경영과 농촌의 다원적 가치의 한 복판으로 나올 수 있도록 각종 뒷받침이 수반되어야 한다.

농촌경제를 이끌고 간다는 자신감과 목표의식을 가진 '농업계의 사임당'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규현<농협창녕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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