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K-water융합연구원장
[수요광장]

영국의 의학잡지인 ‘브리티시메디컬저널’은 지난 160년 동안 현대의학에 가장 위대한 성과로 항생제와 백신을 제치고 상하수도가 1위를 차지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20세기 들어 인간의 평균수명은 약 35년이 늘어났는데, 이 중 30년 정도가 상수도와 하수도 등 물 관련 위생시설의 발전 때문으로 평가하고 있고,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데 더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수도발전사(2016)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76년 최초로 서울 청계천 하수처리장이 준공되면서 현대적인 하수처리 시대가 시작됐다.

지속적인 하수도 사업 추진으로 2014년 전국의 하수도 보급률을 92.5%까지 향상시킴으로써 일부 군 이하 농어촌 지역을 제외하고는 모든 국민이 하수도 혜택을 받고 있다.

전국에 3757개소의 처리시설이 운영 중으로 양적인 인프라는 OECD 국가대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러한 하수도의 중요성 및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하수(下水)를 더러운 것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하수처리시설은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많은 지역에서 하수처리시설은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들어 하수처리장도 생활 속의 환경시설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많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악취 등의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설을 지하화하고 처리시설의 지상공간은 공원, 체육시설, 휴식공간 등 주민친화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수년전부터 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하수(下水)를 중요한 자원(resources)으로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하수로부터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도록 활용 또는 유용한 자원을 회수하려는 기술적 시도 및 정책적 변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는 하수의 재발견인 셈이며,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요건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하수처리시설에서 정화한 물의 재이용을 들 수 있다. 하수처리시설에서 정화한 물을 하천의 건천화를 방지하기 위해 하천유지용수로 사용한다든지, 또는 부족한 농업용수로 사용한다든지 하는 것은 이미 보편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에는 반도체와 같은 최첨단 산업장에 산업용수로 공급하는 수준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아산 신도시 물환경 센터에서 아산 디스플레이시티로 2만 7000㎥/일의 산업용수를 공급하는 것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많은 하수도 전문가들은 미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K-water에서는 하수를 먹이로 해 미생물이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미생물 연료전지(Microbial Fuel Cell, MFC) 기술을 연구 중에 있다. 본격적인 실용화까지 많은 기술적 발전이 필요하나, 향후 하수분야에 획기적인 미래기술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유럽, 싱가포르 등의 많은 국가에서는 오래전부터 국가 차원에서 하수를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하고 관리를 해오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하수처리수 재이용, 하수 찌꺼기 재활용, 전기등 에너지 생산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하수도의 사회경제적 가치의 제고와 인식의 틀을 변화시켜 가고 있는 중이다.

용수공급, 가뭄 및 국가 에너지 수급, 궁극적으로는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에 기여하는 바가 점점 증가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들의 하수도에 대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이해 및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미래사회 발전을 위한 하수도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개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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