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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광장]

윤석우 충남도의회 의장

국민들이 국가와 정치 상황을 걱정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의 탄핵 정국 속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말씀들을 주변에서 많이들 하신다. 하지만 지금의 복잡한 갈등과 부조리의 상황들은 대통령 한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바뀐다고 해서 쉽사리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 요인 중의 하나가 30년 전인 1987년도에 만들어진 지금의 헌법 체계이다. 지금의 제도 하에서는 어느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제왕적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중앙정부로부터 행정서비스가 시작되고 실질적인 마무리까지 이어지게 되는 중앙집중적 행정이 펼쳐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크기는 작지만 잘 살아가는 선진국의 대표라 일컫는 스위스는 그 성공비결 중의 하나가 '지방자치를 포함한 연방제도'에 있다고 얘기한다.

지방끼리 경쟁을 통해 아래에서 위로의 혁신이 이뤄지고, 이는 곧 국가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지방마다 기업하기 좋고 주민들이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다보니, 세계에서 가장 일하기 좋고 살고 싶어 하는 나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중앙집권형 국가였던 프랑스의 경우에도 2003년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가조직의 분권화'를 헌법에 규정하고, 자율적인 행정권과 행정입법권 등을 명문화하는 전면적인 지방분권화 개헌을 실시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해방 후 잠시 내각제를 도입한 바 있으나, 이내 중앙집권적 국가로 바뀌게 돼 국가의 성장을 집중된 권력 체계 하에서 주도하게 된다. 여기에 남다른 성실함과 근면을 지닌 국민성을 바탕으로 세계 유래가 없는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루게 됐다. 하지만 소위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있는 지금의 새 물결 속에서는, 과도한 권력의 집중이 적지 않은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음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복잡하고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는 지역사회의 문제들을 국가가 모두 관할하고 해결하려고 하니, 역설적이게도 어느 한 가지라도 확실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과부하로 인한 기능마비 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연유로 해서 많은 선진국들이 국방이나 외교, 금융과 같이 큰 틀에서의 살림은 국가가 챙기고,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에 밀접한 제도를 수립하고 운영하는 것에 관해서는 지방정부가 풀어야 할 역할임을 헌법에서부터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도 헌법 개정을 통해 중앙의 하급기관 수준인 지방자치단체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지방정부로 거듭나며 지방분권을 실현하게 된다 하더라도, 당장의 성공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실패를 겪는 곳도 나올 것이고, 부패로 더욱 망가지는 곳도 나올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대다수가 성공적인 시스템으로 바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일부 실패사례는 경고기능으로 작동할 것이고, 성공사례는 확산될 것이다. 그리하여 성공하는 지방정부가 늘어나게 될 것이며, 이는 곧 중앙정부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를 만들 것이다. 선진국 문턱에서 어려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우리나라는 저출산, 양극화, 청년실업, 외교, 국방, 경제상황 등 당면한 국가과제들에 대해 명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며 갈등을 겪고 있다. 이러한 과부하 상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이 된다.

더 이상 모든 문제들에 대해 중앙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중앙과 지방이 머리를 맞대어 해결에 대한 실마리를 함께 찾을 때만이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가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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