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탄핵기각’ 인식 속 거부감
‘국경일 게양 60~70%→10%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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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절인 1일 오전 청주 상당구 금천동 한 아파트 단지에 태극기를 게양한 가정이 거의 없어 탄핵정국을 실감케 하고 있다.
임용우 기자 winesky@cctoday.co.kr
대통령 탄핵반대 집회 등에 사용돼 ‘국가 상징’ 논란을 빚고 있는 태극기가 3.1절을 맞았지만 결국 탄핵정국속에 시민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3·1절인 1일 오전 청주 상당구 금천동 한 아파트 단지에 게양된 태극기는 10% 미만에 그쳤다. 평소 국경일 태극기 게양률이 60~70%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극명한 차이다.

태극기 게양이 이렇게 줄어든 것은 시민들이 '태극기는 곧 탄핵 기각'으로 인식해 태극기 게양을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시민들은 태극기 게양을 하지 않은 이유로 지난 달 26일 청주 상당공원에서 열린 보수진영의 탄핵반대 태극기 집회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시민 A(34·서원구 사직동) 씨는 "탄핵반대 집회에 사용된 태극기를 보며 평소 갖고 있던 애국심에 의구심이 들었다"며 "태극기 자체가 싫어질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태극기를 게양할 경우 ‘탄핵을 반대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게양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학생 B(22·상당구 내덕동) 씨는 "탄핵을 찬성하고 있어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았다"며 "주변에서도 태극기를 게양할 경우 탄핵을 반대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고 말했다.

태극기에 입혀진 정치색을 우려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회사원 C(30·여·상당구 용암동) 씨는 "태극기는 대한민국의 상징이며 일제강점기, 6·25전쟁, 월드컵, 올림픽 등 국민들을 하나로 만든 동기였지만 지금은 변질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태극기가 정치색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청주에서는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에 불만을 표시하며 태극기를 불태운 20대가 붙잡히기도 했다. 그는 "태극기를 집회에 사용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나 태우게 됐다"며 "악의나 나라를 모독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독립유공자 단체인 광복회는 이와 관련해 지난 달 27일 성명을 통해 "무분별한 태극기 사용의 남발로, 특정한 목적을 실현하는 것은 태극기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바탕한 게 아니라고 여겨져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광복회는 △태극기의 바탕 구호를 새겨놓거나 태극 문양 위에 리본 문양을 그려 넣은 행위 △리본을 태극기에 매고 시위에 참가하는 행위 △태극기를 시위 도구로 사용하는 행위 △태극기 봉을 휘두르며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 △재판정에서 난데없이 태극기를 펼쳐 드는 기행 등은 근본적으로 태극기의 신성함을 해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임용우 기자 winesk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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