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연 공주대 겸임교수
[수요광장]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이 동요처럼 까치 설날의 간이역에 인생열차가 도착하고 있다. 이 역에서 병신년의 슬픈 상처로 얼룩진 아픔과 고통, 정당한 생존경쟁을 넘어 상대가 부족하다 하여 무시하고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무거운 짐을 모두 내려놓았으면 한다.

우리 설날 역에서 온 국민이 비난보다는 칭찬으로, 질투보다는 존중으로, 해(害)가 되기보다는 득(得)이 되는 따뜻하고 훈훈한 소망으로, 화해와 소통으로 캄캄한 어둠에서 밝은 빛이 되어줄 수 있는 기쁜 소식을 탑승시켜, 축복 속에 풍요로움이 충만한 정유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어린 시절 어른들의 이야기 속에서 수탉의 붉은 벼슬은 봉황의 머리와 비슷하다하여 신비롭게 여기는 말을 많이 들었다. 새벽시간을 알리는 것 외에 12지간 동물 중의 하나로 민간신앙의 길흉화복을 점치는데도 빼 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닭은 산업사회가 발달하기 전까지는 농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득원으로 길러져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가축이다. 그러나 대량생산, 대량 소비문화가 정착되면서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다. 특히 병신년 하반기부터 몰고 온 AI,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는 닭띠 해에까지 이어져 수난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계란의 폭등으로 계란을 수입해야 한다하니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예로부터 농촌에서 계란은 마을의 대소사가 있을 때 이웃을 돕는 물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짚을 엮어 만든 계란 한 줄을 주고 받으면서 얼마나 감사했던가? 많은 것을 주고 받아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분수에 맞게 나누며 베풀고 살아야 한다는 조상님들의 미풍양속을 지금이라도 배웠으면 한다.

세밑에 훈훈한 소식들이 많다. 음악으로 주민들을 한 때나마 즐겁게 하는 음악회나 연주회,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정재를 선뜻 내놓아 기부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사람들. 다만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분들의 동참이 더 많았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그 중에서도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묵묵히 애쓰는 자원봉사자들, 엔돌핀이 솟아나게 하는 재능 기부자들, 익명으로 선행하여 기쁨을 주는 사람들,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하는 봉사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봉사자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오래된 기억이 스친다. 봉사란 자신보다는 남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것도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봉사하는 것은 어려움이 더할 것이다. 그 어려움을 감수하며 지구상에서 제일 높은 고지에 있는 마을, 인도 히말라야 라다크에 봉사활동을 다녀오신 지인의 체험담에서 은연중 존경의 마음이 들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김포공항에 내려 한국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말을 했을까? 육체적인 고통도 힘들지만 산소와의 힘겨루기가 더 힘들었다며 대한민국이 낙원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뭉클했던 감동이 한동안 가시지 않았다.

한국에 태어난 것만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믿음의 씨앗, 화합의 씨앗, 소통의 씨앗 등이 많이 뿌려져 사랑의 열매가 많이 맺었으면 어떨까?

대단한 대한민국을 이끌겠다고 노심초사 애쓰는 많은 지도자들. 반목으로 가득찬 길, 상처입지 않고 헤쳐 나가는 방법을 모색해 비전을 제시하고 함께 어우러져 희망찬 미래가 펼쳐질 수 있도록 많은 지혜를 모아 따뜻하고 훈훈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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