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기수 청주시 환경관리본부장
[수요광장]

어느덧 2016년을 마무리하는 끝자락인 12월이 됐다. 2016년 병신년은 손오공 같이 재주가 많은 동물인 붉은 원숭이로 상징된다. 그래서 필자는 붉은 원숭이의 기운을 받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야심찬 새해 설계를 하며 많은 기대를 갖고 병신년을 맞이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만족하고 잘한 것보다, 부족하고 아쉬운 것이 많은 한 해였던 것 같다.

1년을 인생과 비교해 볼 때 12월은 인생에서 펼쳐놓은 것을 접는 시기이고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삶의 과정에서 열정을 갖고 꿈과 희망을 성취하며 기쁨을 누리기도 했지만, 집착으로 인한 실패와 좌절로 슬픔과 분노를 겪기도 했다.

우리는 주변에서 과한 욕심으로 인해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업적과 인생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사람들을 종종 봐왔다. 욕심으로 상징되는 '아귀(餓鬼)'라는 것이 있다. 아귀는 계율을 어겨 아귀도(餓鬼道)에 떨어진 귀신(鬼神)으로 배는 산과 같지만 목구멍이 바늘과 같아 많이 먹을 수 없어 항상 굶주려 있는 존재이다. 욕심을 채우기 위해 끝없이 주변의 것을 탐하고 갈구하는 염치없는 사람을 비유하기도 한다.

그리고 '인생무상(人生無常)'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인생은 항상 같지 않고 덧없음'을 의미하는 말로 '아무리 돈이 많고 높은 관직에 올라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더라도 그런 부귀영화나 인생에서 느끼는 기쁨과 즐거움, 고통과 슬픔 등 인생의 모든 것은 일시적일 뿐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생무상을 주제로 한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구운몽'이다. 주인공 성진이 인간 세계에서 팔선녀를 아내로 맞이하고, 속세의 모든 부귀영화를 누리지만, 결국 부귀영화의 덧없음을 깨닫고 불교에 귀의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순간 잠에서 깨어 자신이 겪은 인간사의 모든 일과 부귀공명이 한 순간의 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내용이다.

흔히 인생무상은 허무주의와 동일 시하는 경향도 존재하나 다른 개념이다. 허무주의는 삶의 의미 자체를 부정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인생무상의 정신은 '자연적인 그러함, 있는 그대로 진행돼 나가는 도가적 도(道)의 원리를 바탕으로 물욕, 명예욕, 이기심 등 인위적인 마음가짐과 그것의 표출인 싸움, 갈등, 전쟁 등을 비판하는 입장’이라고 한다.

인도 출신의 인간잠재력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디팩 초프라는 '풍요로운 삶을 위한 일곱 가지 지혜'라는 저서에서 '초연의 법칙'이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초연한 사람에게만 기쁨과 즐거움이 생겨난다. 그러면 부를 상징하는 것들이 자발적으로 손쉽게 생겨난다. 무언가에 집착하는 사람은 무력과 절망, 세속적인 욕구, 사소한 두려움, 소리 없는 절망, 심각함의 감옥에 갇힌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국정농단, 비리, 권력남용 등으로 인한 사건으로 전국이 흔들리고 있다. 전 국민이 충격에 빠져 주말마다 촛불시위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집착과 탐욕에 기인한 것이다. 법구경에서는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삶의 무상한 본질을 깨닫고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받아들임으로써 집착을 줄이고 두려움과 불행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얼마 전 타계한 쿠바의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의 유언인 “나를 기념하지 마라”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집착하거나 바라지 않고 자연적인 마음으로 물욕, 명예욕, 이기심 등 인위적인 마음가짐을 갖지 않는 인생무상으로 삶의 과정에서 마음의 평화와 자연적인 것으로 진정한 행복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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