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빈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기획조사부장
[수요광장]

현재 우리 나라의 출산율은 인구유지에 필요한 2.1명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인 1.2명 내외로 초저출산 상황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급격한 인구감소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도 필자가 가끔 주위 사람들에게 왜 자녀를 갖지 않거나 하나만 낳느냐고 물어보곤 하는데 이에 대한 대답으로 대부분 아이를 키울 여건이 안 되거나 육아나 교육 비용이 부담스럽다고들 한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와 같은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육아 등의 비용이 높으면서도 이들 비용을 대부분 개인이 부담하는 현 상황에서는 저출산 현상의 지속이 불가피해 보이며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 또는 국가가 더욱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여기서 한 가지 첨언하고 싶은 점은 육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단순히 복지 차원이 아닌 우리 사회의 유지에 꼭 필요한 공공투자 즉 육아가 일종의 공공재라는 인식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공공재란 원래 치안, 국방, 도로 등과 같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하고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하지만 그 재화나 서비스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지 않더라도 소비혜택에서 배재할 수 없고(비배제성) 또한 특정인의 그 재화에 대한 소비가 다른 사람의 소비기회를 감소시키지 않아(비경쟁성) 시장기구에 의해서는 필요한 만큼 공급되지 않으므로 사회나 국가가 재정 등을 통해 공급해야 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최근 우리 나라의 상황을 보면 육아가 상당부분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개인에게 맡겨둬서는 출산율이 적정수준보다 한참 낮은 수준에 그치게 돼 일종의 ‘시장의 실패’를 야기한다는 점과 특정인의 출산이나 육아가 사회의 다른 구성원의 후생을 증가시키는 상황이라는 점 등에서 그렇다.

따라서 사회적 후생 증가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해 육아에 대한 부담을 공동으로 진다는 사회적 합의하에 우리 사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최근 건강보험 빅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일수록 저출산 현상이 두드러지며 육아도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동 조사결과에 의하면 저소득층에 속하는 1분위(하위 20%이내) 및 2분위(하위 20∼40%)에 속하는 산모 비중이 2006년 33.7%에서 2015년 22.4%로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의 저출산이 상당부분 경제적 요인에 기인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정책적인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육아가 치안이나 국방과 같은 공공재라는 인식과 아울러 보다 장기적인 계획하에 이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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